태 전 공사는 지난 10일 개인 블로그 ‘남북동행포럼’에 올린 주간 북한 언론 동향을 통해 “북한 언론들은 김정은의 베트남 방문과 미북정상회담을 성공적인 이벤트로 보도하고 있는 와중에 은근 슬쩍 일본을 빗대고 미북정상회담이 합의문 없이 끝났다는 소식을 공개할 수밖에 없었다”며 “이는 현재 해외에 북한노동자들을 비롯하여 거의 10여만명이 나가 매일 스마트폰으로 세계 소식을 접하고 있는 현실을 무시할 수 없었던 사정과 관련된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북한언론들은 지난 달 28일 회담 결렬 이후 한동안 ‘하노이 상봉이 서로에 대한 존중과 신뢰를 더욱 두터이 하고 두 나라 관계를 새로운 단계로 도약시킬 수 있는 중요한 계기로 되었다’고 자축 평가해오다 일주일이 지난 시점에서 합의문 없이 끝난 사실을 슬그머니 공개했다.
또 태 전 공사는 최근 동창리와 산음동 일대의 수상한 움직임과 관련, “당장 미사일이나 위성 발사와 같은 도발로 돌아설 기미는 없어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김정은이 10일 김책공대를 찾아 웃는 얼굴로 대의원투표에 참가하고 9일 북한 이용호 외무상이 김정은의 베트남방문을 축하해 평양주재 베트남대사관 성원들을 위해 만찬을 마련했다”며 “이러한 동향은 결국 회담결렬에도 불구하고 세계에 태연자약한 모습을 보여주려는 의도와 관련된다”고 평가했다.
태 전 공사의 설명처럼 북한 주요 매체들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0일 평양 김책공업종합대학에 마련된 투표장을 방문, 투표권을 행사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이는 지난 5일 베트남에서 귀국한 후 첫 공개 행보다. 2차 북미정상회담 합의는 무산됐지만 북한 과학교육의 산실인 김책공대를 찾아가는 행보를 보임으로써 여전히 경제건설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태 전 공사는 “이렇게 김정은까지 나서서 태연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갑자기 미사일이나 위성을 발사하면서 정세를 긴장시키면 북한주민들도 갑자기 무슨 일이 있었는가 하고 심리적 혼란 상태에 빠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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