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업계와 카풀 업체가 ‘한국형 카풀 서비스’를 재개하는 데 합의했다. 카풀 업체가 요청했던 ‘횟수 제한’ 대신 택시 업계가 요구한 ‘시간대 제한’을 인정하기로 했고 피크타임으로 분류되는 야간시간대와 주말근무도 제외하기로 했다. 택시 업계의 집요한 반대를 뚫고 극적으로 얻어낸 합의지만 카풀 업계 일부에서는 “상처뿐인 합의안”이라며 한숨을 쉬고 있다. 합의된 출퇴근시간대는 수익이 낮은 구간이어서 사업이 가능할지 여부도 불투명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7일 택시-카풀 사회적 대타협기구는 오전11시부터 오후4시까지 5시간가량 마라톤회의를 한 끝에 △출퇴근시간(오전7시~9시·오후6시~8시)에 허용 △토·일·월요일 제외 △플랫폼 기술을 택시와 결합 △규제혁신형 플랫폼 택시 상반기 안에 출시 △초고령 운전자 감차 방안 마련 등을 합의했다. 사실상 택시 업계의 요구를 대부분 들어준 셈이다.
사회적 대타협기구는 “합의사항을 이행하기 위해 현재 국회 소관 상임위에 계류 중이거나 발의 예정인 법률안을 3월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키도록 노력하며 기타 관련 법률안도 속히 통과되도록 노력한다”고 밝혔다. 또 “합의사항을 구체적으로 이행하기 위해 당정과 업계가 참여하는 실무 논의기구를 즉각 구성하며 택시 업계도 정상화에 적극 협조한다”고 했다. 카풀 시간대를 제한하거나 단서조항을 없앤다는 내용을 담은 여객자동차운송사업법 일부개정안은 국회 상임위에 계류돼 있다.
합의에 참여한 택시 업계와 여당 관계자들은 ‘합의 자체에 의미가 있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기자들과 만난 전현희 택시-카풀TF 위원장은 ‘가능 시간대가 너무 적지 않느냐’ ‘향후 넓혀갈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합의 자체가 진일보한 것”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카풀 업체들은 “피크타임이 운행시간에서 다 빠져서 카풀 사업성을 담보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쉬고 있다. 카풀 업계 고위관계자는 “카풀 기관이 비영리기관도 아니고 어떻게 출퇴근시간대에만 영업을 하며 매출을 올릴 수 있겠느냐”며 “카카오모빌리티도 일단 서비스를 재개해야 하니 동의했겠지만 이렇게 누더기가 된 상태로는 서비스를 제대로 운영하기 어렵다”고 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합의한 사실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국민들 편익을 보더라도 과연 적절한 결론인지 의아하다”고 했다.
실제로 이날 대타협을 통해 합의한 출퇴근시간대는 승객들이 카풀을 ‘필요로 하는’ 시간이지만 ‘돈이 벌리는’ 시간은 아니다. 길이 막히고 단거리 손님이 많은 시간대보다 길이 잘 뚫리고 장거리를 가는 손님이 많을 때가 더 큰돈을 벌어주기 때문이다. 택시 업계가 오후11시 야간시간대과 주말근무를 ‘피크타임’으로 정의한 이유다. 결국 카풀 업계는 사업권을 얻는 대신 돈을 버는 길을 포기한 셈이다.
“유연근무제가 점점 늘고 있는데 출퇴근시간을 아침과 저녁 2시간으로 특정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전 위원장은 “택시를 출퇴근시간대에 잡기 힘들고 교통불편이 있다는 부분 때문에 카풀이 생긴 것”이라며 “택시산업 발전을 통해 모빌리티 업계와 함께하는 방안을 만들면 교통불편이 해소될 것”이라고 했다. 당장은 출퇴근시간대만 허용하고 택시산업이 충분히 안정화된 후에 확대하겠다는 취지다.
수익이 각박해지면 소규모 카풀 업체가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별도 수익구조 없이 고객 유치만으로 최소 손익분기점을 뛰어넘어야 하는데 하루 4시간의 카풀만으로는 역부족이라는 시선이다. 실제로 풀러스는 가격경쟁력을 위해 다음달부터 ‘0원 카풀(무상 카풀)’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는 터라 시간 제한이 장기화되면 문을 닫아야 할 수도 있다. 풀러스는 이날 협의 결과에 대해 “시민들이 택시가 안 잡혀서 불편을 겪는 시간대에 카풀을 투입할 수 없어 유감”이라며 “국민 이동편익을 증가시킨다는 취지를 봐서도 실효성 있는 결론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신다은기자 down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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