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KB금융 노조는 백승헌 변호사를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하는 주주제안을 자진 철회한다고 밝혔다. 백 사외이사 후보가 소속된 법무법인 지향에서 KB금융 계열사인 KB손해보험이 법률자문·소송을 수행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이해상충 문제가 불거져서다. 금융지배구조법에 따르면 금융지주나 계열사가 법률자문을 체결한 법무법인의 상근 임직원은 해당 금융사의 사외이사가 될 수 없다. ‘법률상 결격사유 시비 논쟁’이 예상됐지만 노조가 검증을 소홀히 해 주주제안 자체를 못하게 되는 결과가 됐다. 노조가 검증절차를 소홀히 해 스스로 주주제안을 좌초시킨 셈이다. KB금융 노조는 지난 2017년부터 매년 주주추천 사외이사 도입을 시도했지만 외국인 주주나 글로벌 의결권 자문기관인 ISS 등의 반대로 쓴맛을 봤다.
주주총회를 한 달 앞두고 주주제안이 수포가 되면서 물리적으로 노조가 새로운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할 방법도 사라졌다. 머쓱해진 KB금융 노조는 “지주 이사회가 보수언론을 동원해 주주추천 이사를 통한 노조의 지배구조 개선 의지와 순수성을 폄훼할 가능성이 커 주주제안을 철회한다”고 노조원에 해명했다. KB금융 내부에서는 “잘못은 노조가 해 놓고 또 은행 탓으로 돌린다”며 노조가 좀 더 솔직해져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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