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반대 속에 1년 넘게 첫 삽조차 뜨지 못한 서울 성북구 동소문동 행복기숙사 사업이 강행된다. 저소득층 대학생을 위한 기숙사 사업이 늦어지면서 추가 비용만 100억원 이상 급증해 설립 주체인 한국사학진흥재단과 지역 주민간 물리적 충돌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6일 행복기숙사 설립을 맡은 한국사학진흥재단에 따르면 재단은 동소문동 행복기숙사 부지에서 이르면 이번 주부터 공사를 재개할 계획이다. 인근 A초등학교의 방학 시작 시기에 맞춰 공사를 재개하기로 하고 가설울타리 설치, 지반조사 등 사전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재단 관계자는 “지난 2017년 착공 신고 이후 1년 넘게 지역주민의 의견수렴을 위해 8차례 주민간담회를 개최했다”며 “하지만 일부 주민들의 무조건적인 기숙사 건립 반대로 원만한 협의가 불가하다고 보고 공사를 재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행복기숙사 협의 결렬로 재단이 양보하려 했던 계획도 백지화됐다. 당초 재단은 5층과 11층 두 동의 건물을 지을 계획이었지만 ‘조망권을 해친다’는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11층 건물을 9층 높이로 재설계하려고 했다. 그럼에도 주민들이 절대 반대 입장을 고수하자 원래 계획대로 일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문재인 정부는 열악한 대학생들의 주거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최대 5만호의 기숙사를 확충한다는 공약을 세웠다. 이중 행복기숙사는 정부 출연금으로 저렴한 비용의 생활공간을 제공한다는 취지에서 대학생들의 호응이 높았다. 국·공유지를 사용해 공공기숙사를 짓고 월 24만원 가량의 저렴한 임대료를 받는 사업이다. 하지만 이곳 주민들은 조망권 침해와 주변 안전 문제 등을 이유로 들며 공사장 앞을 봉쇄하는 등 격렬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이 과정에서 동소문동 행복기숙사 사업은 당초 200억원 규모였던 예산이 착공도 못한 채 310억여원 수준으로 이미 한 차례 크게 올랐다. 한 동으로 지으려던 건물을 두 동으로 다시 설계하면서 공사비 80억여원, 이자 및 감리비 증가 등으로 17억원 등 모두 100억여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했다. 재단 관계자는 “여기에 추가로 공사비에 대한 이자분으로만 4억~5억원의 손해가 발생했고 공사 계약기간을 연장하게 되면 물가 상승분에 대한 추가 부담도 예상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공사가 재개될 경우 지역 주민들의 극심한 반대가 예상된다는 점이다. 앞서 주민들이 공사장 앞을 막고 교대로 순찰을 서는 등 집단 행동에 나섰던 점을 감안하면 자칫 공사 강행시 물리적 충돌까지 벌어질 수 있는 셈이다. 재단 측은 “주민간담회 등을 통해 공사 중 주민불편을 최소화하는 방안과 안전시공계획을 공지할 것”이라며 “변호사 자문을 통해 민원 발생에 대한 체계적인 대응계획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진동영기자 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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