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금융투자 업계에는 어두운 전망이 팽배하다. 증시에는 안타깝게도 기대를 걸 만한 이유가 많지 않다. 상장사 실적 성장률은 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며 무역분쟁, 미국 경기 둔화 등 대외요인도 당분간 한국 증시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내 증시의 대표업종인 반도체도 올해 이익 증가율 둔화가 예상된다. 그나마 통신·건설·바이오주 등에 기대가 모이고 있다. 다만 지난해 같은 상승세를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중위험·중수익을 노리는 박스권 투자가 다시 대세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현금 비중 확대와 함께 배당주, 선진국 채권,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헤지펀드 등을 중심으로 한 ‘지키는’ 투자전략을 조언하고 있다.
올해 재테크 전략에서 가장 유의할 점은 ‘펀더멘털’이다. 경제지표, 기업 실적 등 펀더멘털이 위축되면서 증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베스트투자증권(078020)에 따르면 코스피200 종목의 영업이익은 지난 2015년부터 두자릿수 증가율을 이어왔다. 덕분에 2018년 코스피200 종목의 총 영업이익은 198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2019년에도 코스피200 영업이익은 205조원, 2020년에는 224조원으로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지만 문제는 성장의 폭이다. 영업이익 증가율로 보면 올해 3.5% 성장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코스피200 영업이익 증가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2014년 이후 최악의 성적표다. 신중호 이베스트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2015~2018년 나타났던 두자릿수 성장률은 기대하기 어렵고 자칫하면 이익 역성장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코스피지수가 지난해(2,400~2,900)보다 대폭 낮아진 1,900~2,400선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무역분쟁, 미국 경기 둔화 등이 겹쳐지면서 ‘불확실성 대비’가 올해 재테크의 커다란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금 비중을 늘리고 경기방어주·배당주 등에 투자하는 등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의미다. 유승민 삼성증권(016360) 연구원은 “저점 매수를 한다면 코스피 1,900 초중반까지 기다려야 할 것”이라며 “증시 조정 때마다 주식 비중을 늘리는 분할·적립식 투자나 경기방어주·배당주의 비중을 높이고 변동성을 낮게 유지하는 대응법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특히 국내 기업들의 배당성향은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코스피200 상장사의 연간 배당수익률은 2016년 1.8%, 2017년 1.7%에서 지난해 2.2%까지 올라섰을 것으로 추정된다.
개별 업종 중에서는 그나마 통신주·건설주·조선주와 바이오주 등에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는 분석이다. 통신주는 5세대(5G) 이동통신 서비스 개시로 이미 지난해에도 많이 올랐지만 올해 본격적으로 이익에 반영되면서 여전히 상승 여력이 남아 있다는 분석이다. 건설주는 지난해 12월 정부가 ‘2019년 경제정책 방향’을 통해 민자사업 확대, 공공 인프라 확대 등을 천명한 만큼 수혜가 기대되는데다 올해 남북 경제협력이 가시화하면서 투자자들이 몰릴 가능성이 충분하다. 이 밖에 지난해 하반기에 상승세가 나타났던 조선주는 발주량·수주수익성 개선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바이오주는 거품 우려와 회계 문제로 주춤했지만 다시 신약 임상 통과, 국내외 판매허가기술 수출 등에 대한 기대감이 살아나는 모습이다.
해외투자에서는 선진국보다 신흥국이 우세할 것이라는 시각이 대세다. 민병규 유안타증권(003470) 연구원은 “선진국 중앙은행들의 통화긴축 속도가 느려질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신흥국의 경기 선행지표가 먼저 반등하고 있다”며 “올해 글로벌 증시에서는 인도·필리핀·중국·한국 등이 선진국 대비 상대적인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관측했다. 특히 신흥국 중에서도 중국이 정부 차원에서 경기 부양에 나서면서 지난해의 부진을 씻을 것이라는 기대도 크다.
펀드 업계에서도 목표수익률을 낮춘 대신 시장 흐름에 상관없이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헤지펀드가 더욱 각광받을 것으로 보인다. 최소 가입금액 500만원으로 진입장벽을 낮춘 사모재간접공모펀드는 새해에도 저력을 발휘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모재간접공모펀드 1호인 미래에셋스마트헤지펀드셀렉션은 지난해 수익률 1.16%로 펀드 무덤 속에서도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검은 10월’ 이후 주식형 펀드의 3개월 수익률이 20% 가까이 하락했지만 이 펀드는 3개월 수익률이 -2.68%로 선방했다. 다소 어려운 투자전략에도 입소문을 타면서 출시 11개월 만에 1,500억원을 돌파하며 ‘대형 펀드’로 성장하고 있다. 펀드 분류로는 채권혼합형에 속하지만 절대수익형에 가깝게 펀드 수익률 하방을 막은 펀드도 변동성 장세의 새로운 투자 대안이 되고 있다. ‘한국투자코스피솔루션증권투자신탁’은 지난해 8월 말 출시돼 하반기 펀드 기근 속에서도 설정액이 출시 4개월여 만에 500억원을 돌파했다.
증시 변동성이 커진 만큼 안전자산인 미국·일본 등 선진국 국채와 미국 회사채에 투자하는 채권도 투자 리스트에 올려놓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국채 수익률은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미국 증시가 급락세를 보이면서 초안전자산인 미국 국채 투자에 대한 관심도 회복되고 있다. 미국과 더불어 일본 국채도 투자 대안으로 제시된다. 노무라증권은 “2007년 이후 11년 만에 일본 국채에 투자해 얻을 수 있는 기대수익이 미국 국채보다 많아졌다”고 전했다. 선진국 고수익 회사채에 투자하는 ‘하이일드펀드’ 투자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베어링자산운용은 1월 중순 미국 회사채에 투자하는 하이일드펀드를 내놓을 예정이다. 이동호 한국투자신탁운용 상무는 “새해에는 증시 상승을 이끌 뚜렷한 모멤텀이 없어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회사채 투자에 기대볼 만하다”고 말했다. /유주희·김보리기자 ging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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