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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G 사장인선에 '靑 개입 주장' 논란

기재부 전 사무관 유튜브에 폭로 영상 게재

"KT&G 건 이외 추가로 더 있어" 추가 폭로 예고도

전직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지난 3월에 있었던 KT&G 사장 인선 과정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주장을 내놓아 논란이 예상된다. 내부적으로는 해당 내용이 차관까지 보고됐다고 밝혀 조직적인 움직임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신재민 전 기재부 사무관은 30일 유튜브에 ‘문재인 정권 청와대가 민간기업 사장을 바꾸려 했다고’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올리고 “(KT&G 사장 인사 개입은) 청와대 지시라고 제가 들었다”고 폭로했다. 이어 “이후에 서울신문 사장을 교체하려고 한 적이 있다”며 “(차관이) 말씀하시기를 ‘청와대에서 지시한 것 중에 KT&G는 잘 안 됐지만 서울신문 건은 잘해야 한다’. 그래서 청와대가 시켰는지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신 전 사무관은 행정고시 57회로 지난 7월까지 기재부 국고국 국유재산조정과에서 근무했다. 3월까지는 국고국 선임 부서인 국고과에 있었다. KT&G는 국고국에서 담당하고 있다. 기재부는 “방송에 나오는 사람이 기재부서 근무한 신 전 사무관이 맞다”고 인정했다.

신 전 사무관의 폭로는 충격적이다. 그는 “이번 정부는 민간인사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한 정부”라며 “KT&G와 포스코 등 민영화된 민간기업 관리강화 방안을 모색해보라고 (차관이) 지시를 하셨다”고 밝혔다. 이어 “실제로 그 지시는 다른 보고차 차관님께 들어갔던 배석자리에서 지시가 내려오는 것을 들었다. 옆에서 봤다”고 덧붙였다.

신 전 사무관은 5월 MBC가 기재부 문건을 바탕으로 정부가 민간기업인 KT&G 인사에 개입하려고 했다고 한 보도는 자신이 문서를 제공했던 것이라고 공개했다.



3115A08 백복인 사장 연임 당시 KT&G 주주구성




“민간기업 관리 강화 지시에…KT&G문건 차관보고 ”

서울신문 사장 인선에도 개입 시사

靑, 4조 적자국채 강행 압력도…기재부 “사실 아니다” 부인





문건에는 기업은행을 통해 사장후보추천위원회의 투명·공정한 운영을 요구하고 의결권자문사인 ISS에 외부인사 최고경영자(CEO) 영입 필요성을 설득해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당국이 직간접적으로 사장 인사에 개입하려고 했음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그는 “차관님 집무실에 보고하러 간 적이 있는데 집무실 옆 부속실에서 제 문서를 편집하다가 KT&G 관련 문건을 발견했다”며 “문건 명칭은 ‘대외주의, 차관 보고’로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기재부는 실무진에서 동향파악차 작성한 것이며 윗선에 보고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신 전 사무관의 말대로라면 고위직이 관여한 일이 된다. 그는 “공무원 교육을 받던 2014년 세월호 사건이 있었고 2016년에는 최순실·박근혜 게이트가 있었다”며 “제가 분노했던 것은 청와대 권력이 부당하게 시장에 개입하는 것인데 민간기업인 KT&G 사장 교체에 청와대가 개입하려 한 것은 지난 정권과 뭐가 다른지 사실 전 잘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그는 서울신문 사장 선임에도 청와대가 깊숙이 개입했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다른 건으로 보고를 하러 차관실에 갔다가 ‘청와대에서 지시한 것 중에 KT&G는 잘 안 됐지만 서울신문 건은 잘해야 한다’는 내용을 들었다고 했다. 서울신문사는 5월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신임 사장에 고광헌 전 한겨레신문 대표이사를 선출했다. 당시 서울신문 노동조합도 청와대 낙하산 의혹을 제기했다.

신 전 사무관은 이날 방송에 앞서 고려대 재학생·졸업생 게시판인 고파스에 청와대가 정무적 이유로 적자국채 발행을 강요했다고 폭로했다. 적자국채는 세입보다 세출이 많을 때 모자란 돈을 채우기 위해 발행한다. 신 전 사무관과 국고국은 지난해 초과 세수 15조원이 들어올 것으로 예상되자 적자성 국채발행을 줄이려고 했다. 당시 남은 한도만 8조7,000억원이었다. 반면 김동연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채발행을 늘리라고 강하게 질책했다. 이 과정에서 지난해 11월14일 있었던 1조원가량의 바이백 취소 사건이 발생했다. 이후 시장의 혼란과 실무진의 설득에 김 전 경제부총리도 국채 추가발행을 하지 않기로 했다.

문제는 청와대였다. 그는 “적자성 국채발행 규모를 줄이기로 하자 청와대가 기재부 담당 국장을 소환해 소명하라고 했다”며 “국채의 추가 발행을 강하게 요구해왔다”고 적었다. 이어 “부총리가 이와 관련해 대통령 월례보고를 요구하니 (청와대가) 대통령 보고가 필요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며 “적자성 국채 추가발행계획은 이미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추가발행을 하는 것으로 결정된 후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된 사안이었던 것”이라고 했다. 4조원 내외의 국채를 추가 발행하는 것으로 대통령에게 보고가 돼 있고 이를 되돌릴 수 없으니 계획대로 발행하라고 청와대가 요구했다는 말이다. 4조원 발행 시 이자만 1년에 800억원이다. 그는 “이 과정에서 김 전 부총리가 청와대 경제수석(홍장표 전 수석)과 전화로 싸웠다고 했다”며 “부총리가 ‘내가 대통령께 보고하겠다고 할 때 시켜주지도 않더니 이제 와서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하고 있다’고 화를 냈다고 했다”고 썼다.

기재부는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박성동 기재부 국고국장은 “내용도 잘 모르면서 학원 강사를 하기 전에 노이즈 마케팅을 하는 것”이라며 “신 전 사무관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날 신 전 사무관은 방송에서 메가스터디와 공무원 입시 관련 강의를 하기로 했으며 “강의 전까지 후원을 해주시면 일용할 양식으로 쓰겠다”며 개인계좌 번호를 공개했다. 신 전 사무관이 언급한 당사자 가운데 한 명인 김용진 전 기재부 차관은 “(신 전 사무관이) 착각을 한 것 같다”며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파문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신 전 사무관은 “영상 올리기 시작한 거 몇 편 더 찍을 것”이라며 “앞에서 말했지만 제가 실망한 것, 이해가 안 됐던 것들”이라고 전했다. 추가 폭로를 하겠다는 뜻이다. 그는 “KT&G건 말고도 이번 정권 들어 몇 건 더 있었다”며 “제 상식으로는 촛불시위를 거친 다음에 만들어진 정부로서는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일들이 청와대와 관련해 진행되더라”고 덧붙였다. 이어 “적폐라고 말할 만한 일들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며 “공무원들이 저처럼 일을 하다 회의감이 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마무리했다. /세종=김영필·한재영기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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