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글로벌 경제는 올해(3.3%)보다 낮은 3% 가량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경제를 이끌어왔던 미국이 감세 효과 감소, 달러 강세 등 영향으로 성장세가 꺾이고 중국 역시 무역분쟁 여파로 경기 둔화가 심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난 20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내년 금리 인상 예상 횟수를 3차례에서 2차례로 줄인 것도 긴축 속도를 늦춰야 할 필요성 때문이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금융시장 변동성과 성장 둔화가 경제에 새로운 도전 과제’라고 언급한 이후 미국 증시에서 매물이 급격하게 쏟아져 나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국내 증시에도 단기적인 부담을 안겨줄 전망이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높은 변동성으로 이런 환경이 연말·연초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미국 주식시장에서 매수 공백이 커질 가능성이 커졌다”며 “최근 주가 급락 이후 대체로 선방하고 있는 국내 증시는 연말까지 미국 주식시장 여건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조짐을 찾기 어렵다는 측면에서 코스피 반등도 더디거나 지지부진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내다봤다.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는 이미 높아졌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금 가격은 올해 4·4분기에만 크게 올라 온스 당 1,250달러(20일 기준)를 이미 넘어섰다”며 “시장 곳곳에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만연했다”고 짚었다. 영국이 아무런 합의 없이 유럽연합(EU)을 떠나는 이른바 ‘노 딜 브렉시트(No Deal Brexit)’ 우려가 여전하고, 이른바 ‘노란 조끼’ 시위로 큰 타격을 입은 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은 정치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김 연구원은 “중국 위안화의 약세는 파급력이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로벌 경기에 민감한 국내 경제는 미국이나 유럽, 중국 가운데 한 곳만 흔들려도 충격을 받는다.
증권 전문가들은 유틸리티, 음식료 등 필수 소비재, 통신, 건강관리 등 경기 방어주를 피난처로 삼을 것을 조언한다. 이달 들어 지난 20일까지 전기·가스업종 지수는 10% 넘게 올랐다. 최근 증시가 부진했던 점을 고려하면 크게 오른 것이다. 한국전력(15.65%)이 해당 업종의 선두주자로 증가 폭이 가장 컸다. 허민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내년 경기 둔화로 인해 전기요금 인상은 어렵겠으나 유가와 석탄 가격의 하향 안정화, LNG에 대한 세제 인하, 원전 가동률 상승 및 원전·석탄발전 설비 증설 등으로 실적 및 주가가 회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같은 기간 음식료품 업종에 속하는 오리온(5.82%), 롯데푸드(5.76%), 하이트진로(4%), 빙그레(3.39%), 농심(3.18%) 등 역시 상승했다. 조미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대두 가격 반등과 밀 가격 하락은 음식료 산업에 우호적인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이달 들어 4% 감소하긴 했으나 5세대(5G) 통신 상용화를 앞둔 통신주는 대표적인 경기 방어주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문동열 삼성증권 연구원은 “경기방어 업종 중 최선호는 통신주”라며 “다른 경기방어 업종들은 모두 주당순이익(EPS)이 줄어들고 있는 반면 이동통신 3사만 올해 하반기 들어 계속 개선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지난 6월부터 11월까지 경기방어업종의 평균 선행 EPS는 -13.9%였던 반면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는 평균 10%를 기록했다. 글로벌산업분류기준(GICS) 변경으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커뮤니케이션 지수에 기존 통신 3사뿐 아니라 NAVER와 엔씨소프트, 넷마블, 카카오, 제일기획, 펄어비스 등 종목이 포함된 것도 호재로 분석된다.
조선주 등 실적 턴어라운드가 기대되는 업종도 기대해볼 만하다. 최근 국제유가 급락으로 주가에 타격을 입었으나, LNG 물동량 증가와 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국내 업체들이 글로벌 LNG운반선 수주를 거의 싹쓸이하다시피 하고 있는 점이 투자 포인트다. 문 연구원은 “과도하게 부진했던 수주 개선의 기저효과, 수년간의 구조조정 효과 가시화도 긍정적인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단기 과매도 수준이 한계까지 오른 철강업종도 단기 상승을 점쳐볼 수 있다.
보험주를 최근 증시 부진의 방어주로 꼽는 의견도 있다. 김도하 SK증권 연구원은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구간에서 보험주는 견조한 방어주로써 대안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특히 사업비 부담 완화로 내년 두 자릿수의 경상이익 증가율이 기대되는 상위 손해보험사의 매력도가 상대적으로 높다”고 봤다.
/조양준기자 mryesandn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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