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시흥시 시화반월국가산단에 자리한 자동차부품 업체 A사의 김대우(가명) 대표는 요즘 밤잠을 못 이룬다. 한국GM 군산 공장 폐쇄로 일감이 절반 이상 줄어든데다 현대자동차의 실적 부진 장기화로 회사 매각에 나섰지만 이마저 여의치 않은 탓이다. 김 대표는 “GM 공장이 멈춰 서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현대차까지 사정이 좋지 않아 절대적인 생산량이 줄어드니 부품업체 사이에서는 곡소리가 나온다. 이름을 대면 알 만한 부품업체들이 공식·비공식 루트를 통해 매물로 나와 있지만 적당한 매수자를 찾지 못해 속앓이만 하고 있다”면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20일 서울경제신문이 한국M&A거래소 자료를 단독 입수한 결과 지난 9월 말 주식양수도와 합병 등을 포함해 M&A가 추진된 건수는 총 571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06건)에 비해 40.64%나 증가했다. 이번 조사는 전자공시 시스템을 통해 M&A 추진이 공시되는 기업을 대상으로 한정했다. 대형 회계법인 딜파트에서의 거래량도 전년 대비 최소 30% 이상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자동차·조선·전자 등 주력업종의 대기업들이 실적 부진으로 휘청이자 경영난을 견디지 못한 중견·중소 제조기업의 상당수가 매물로 나오거나 회생절차(법정관리)에 돌입한 데 따른 것이다. 여기에다 최저임금 인상에 근로시간 단축, 경기침체 장기화 등 악재가 한꺼번에 닥치며 늘어나는 적자를 견디지 못한 기업들이 헐값에 매물로 나온 사례가 급증했다는 분석이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명시적으로 매물화되지 않았을 뿐 웬만한 중견·중소 자동차부품 업체 오너 대부분이 (회사를) 살 사람만 있으면 팔려고 한다”며 “문제는 제값을 주고 살 사람도 없고 사고 싶을 만큼 매력적인 매물도 없다는 데 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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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대기업 의존도가 높은 부품업체들이 대부분이다 보니 대기업의 실적이 나빠지면서 수익성 하락으로 이어진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은행이 이날 국회에 제출한 ‘하반기 금융안정 보고서’를 보면 재무취약기업은 4,469개로 전체 외부감사 결과 공시기업(2만2,798개)의 19.6%에 달했다. 재무취약기업은 3년 연속 영업활동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거나 현금흐름 순유출일 때, 자본잠식에 빠진 경우 등이다. 이들의 여신 규모도 150조6,000억원에 달했다. 한은은 “부실이 장기화해 대출로 연명하거나 재무지표가 더 나빠지기 전에 서둘러 정리절차 등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수민·김연하·임진혁기자 noenem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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