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14개월 만에 처음으로 50달러선 이하로 떨어지면서 파생결합증권(DLS) 투자자들이 긴장하고 있다. DLS 중 상당수가 유가를 기초자산으로 하고 있는 만큼 원금 손실이 발생하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감 때문이다.
18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날 기준 DLS 발행잔액은 17조원 수준으로 이 중 상당 부분이 유가를 기초자산으로 하고 있다.
DLS는 금·은·유가·채권·크레디트 등 실물자산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상품 중 하나다. 모집 당시 가격보다는 원금 손실 발생 가능 조건을 의미하는 ‘녹인 배리어’가 중요한 상품이다. 예컨대 녹인 배리어(원금 손실 구간)가 50%라면 기초자산이 만기까지 50% 미만으로 떨어지지 않으면 만기 상환 시 원금에 약속된 이자가 지급된다. 만기까지 한번이라도 50% 미만으로 떨어지면 원금 손실이 발생하는 것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유가 DLS 미상환잔액은 6,030억원이다. 60~65% 이상 녹인 배리어 DLS는 모두 조기 상환됐고 55% 녹인 배리어 DLS는 200억원 수준이다. 나머지 5,830억원 중 74%인 4,470억원이 녹인 배리어 45~50% DLS에 몰려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최창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유가가 지난해부터 올 10월까지 꾸준히 올라 70달러선까지 왔기 때문에 지난해 모집된 금액은 전부 조기 상환됐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는 아직 미상환잔액으로 남아 있는 투자금의 경우 올해 유가 고점에서 투자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국제유가는 2015년 2월 26.21달러로 최근 3년 내 최저점을 찍은 후 상승 전환해 올 10월5일 76.41달러로 최고점을 찍었다. 이후 두 달 만인 이달 17일 14개월 만에 50달러 밑으로 하락해 배럴당 49.8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다만 전문가들은 DLS 투자자들이 아직 걱정할 단계는 아니라고 진단한다. 가령 고점인 70달러 때 상품에 가입해도 유가가 35달러선까지 떨어지지 않는 한 원금 손실을 보는 구간까지는 진입하지 않기 때문이다. 최 연구원은 “국제유가가 75달러선을 찍고 50달러까지 떨어졌지만 %로 환산하면 20~30% 수준”이라며 “많은 투자자들이 50달러도 깨졌으니 손실이 나는 게 아니냐고 불안해하지만 미상환잔액이 50%선에 몰려 있는 만큼 아직은 여유가 좀 있다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오히려 지금이 유가 기초 DLS 상품에 가입할 시점이라는 견해도 내놓는다. 현재 수준에서 유가가 더 빠진다고 해도 원금 손실 구간에 진입할 가능성이 적다는 이유에서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국제유가의 바닥 여부를 떠나 지금 50% 녹인 배리어인 DLS에 가입하면 25달러까지 떨어져도 원금 보장이 된다는 얘기”라며 “25달러는 역사적으로 가장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그 정도까지 떨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했다.
한편 유가가 20달러대로 추락한 때는 2016년 1~2월로, 원유 관련 투자상품들의 녹인 진입 규모가 9,000억원을 넘어서며 투자자들이 큰 피해를 본 바 있다. 2010년 4월 배럴당 114달러였던 서부텍사스산원유는 2016년 2월 26달러까지 급락했고 당시 두바이유도 2012년 3월 배럴당 124달러였다가 2016년 26달러까지 떨어졌다.
/권용민기자 minizza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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