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색 슈트를 소화할 60대가 얼마나 될까. 이날 만난 홍병의 대표는 누가 봐도 50대 초반으로 보였다. 인터뷰를 위해 양말도 신경 써서 골랐다는 그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젊은 감성’ 그 자체였다.
그의 젊음의 비결이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매일 아침 사이클을 타고 주말에는 사내 사이클 모임에서 젊은 직원들과 소통합니다.” 그는 몸과 마음을 젊게 유지하는 비법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실제로도 그는 운동광이다. 취미로 스쿠버다이빙과 산악자전거(MTB)를 즐긴다.
여기에 시슬리코리아 대표의 특권 아닌 특권으로 시슬리 화장품을 20년간 발랐으니 말 다했다. 제품 체험을 위해서 매달 신제품은 모두 써본다는 그는 “매일 스킨·세럼·크림·아이크림·선크림·목크림 등을 꼭 챙겨 바른다”고 말했다. 그가 가장 애용하는 제품은 ‘만능 스포츠맨’답게 선케어 제품인 ‘선리아 에이지 미니마이징 애프터 선 케어’ 제품이다.
젊은 직원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는 것도 그가 젊은 감성을 유지하는 비결이다. 그는 지난 10월 직원과 워크숍을 가느라 바빴다. 2박 3일 제주도뿐 아니라 용평에 1박 2일 워크숍을 떠났다. 주말이 아닌 수·목 등 평일을 할애해서 가기 때문에 직원들도 ‘환영’이다. 그는 “평소 젊은 직원과 소통할 기회가 없는데 워크숍에서 함께 걷고 등산을 하면서 많이 친해진다”며 “여기서 아이디어도 얻을 뿐 아니라 직원이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며 뿌듯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대기업 재직 시절 워크숍을 왜 하는지 몰랐다는 그는 어느새 워크숍은 조직관리 차원에서 도움이 된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한다. “매주 목요일 직원들이 저에게 편지를 쓰는 시간이 있는데 워크숍을 다녀온 뒤에는 편지량이 많아지고 내용도 훨씬 길어지는 것을 느낍니다. 대표가 직원들의 관심사를 알고 있는 것과 모르는 것은 큰 차이죠.”
평소 직원과 격의 없이 지내는 홍 대표의 성격 덕분일까. 인터뷰를 위해 잠깐 들렀지만 회사의 분위기가 좋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시슬리코리아가 보통의 외국계 회사와 차별화되는 점은 노조가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홍 대표는 정년이 지난 판매사원을 재고용하는 ‘명인’ 시스템을 만들어냈다.
“1998년 시슬리코리아를 세운 후 판매사원 한 사람이 사규에 따라 정년(50세)을 맞게 됐는데 회사 창립 때부터 헌신했고 능력 있는 사람을 그만두게 할 수 없었습니다. ‘시슬리 명인’이라는 타이틀을 주고 계속 근무할 수 있게 했습니다. 현대백화점 매장 모두를 관리하고 매장 직원의 의견을 전달하거나 백화점 관계자들을 만나는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그의 철칙은 ‘현장에 있는 사람이 가장 잘 안다’는 것. 그는 “좋은 대학을 나오고 좋은 회사 출신이어도 현장에서 10~15년 이상 근무한 사람을 못 이긴다”며 “우리가 고차원적인 광고를 하는 회사도 아니고 샘플을 나눠줘서 잘되는 회사니까 그게 가능한 것 같다”고 소탈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변수연기자 div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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