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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협력사에 中납품 허용] 급한 불부터 끈다지만…되레 中 기술추격 불씨 될수도

부메랑 뻔한데…현대차, 협력사에 中납품 허용

현대차 中 부진 부품사로 전이 속

가격·품질·브랜드 경쟁력 떨어져

합작사 부품업체 교체 요구할 듯





“브랜드만 가리면 중국차인지 한국차인지 모를 정도입니다.”

국내 완성차 업체의 한 고위관계자는 올해 초 베이징모터쇼에서 지리자동차를 보고 온 뒤 이같이 말했다. 지리차는 이번 모터쇼에서 볼보 XC40에 적용된 CMA 플랫폼을 활용한 콘셉트카를 공개했다. 외관은 직선 위주로 디자인해 간결함을 뽐냈고 내부에는 디스플레이를 장착한 센터 모니터, 뒷좌석 탑승자용 엔터테인먼트 기능 등을 탑재했다. 이 관계자는 8년 전 볼보를 인수해 빠르게 품질개선을 한 지리차의 수준이 한국 업체와 견줄 수준까지 올라왔다고 평가했다. 그는 “중국차 품질이 한국보다 떨어진다는 것은 우리만의 착각일지 모른다”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부품업체들이 현대차그룹 품을 떠나 중국과 접점을 늘리는 상황을 보며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업계는 동급 대비 30%가량 저렴한 가격으로 현대차를 코너로 몰아붙였던 중국의 추격이 더 매서워질 수 있다고 걱정한다. 상대적으로 우수한 기술력을 갖춘 국내 부품업계를 품으면서 현대차와의 품질 격차마저 좁힐 수 있다는 우려다. 자동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부품사가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납품처를 다변화하는 것은 필수”라면서도 “한국과 중국 완성차 제조업체 간 기술 격차가 이미 좁혀진 터라 걱정이 되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살길 찾을 수밖에 없는 부품업체=부품사들이 다른 거래처를 찾는 것은 원청인 현대차가 부진에서 쉽사리 빠져나오고 있지 못한 탓이 크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이후에도 현대차는 여전히 예년 판매량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10월 중국 시장의 실적은 7만19대로 사드 여파가 있었던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되레 줄었다. 올해 누적 판매량은 63만여대로 지난해보다 11%가량 늘었지만 목표치(90만대) 달성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부품사들은 현대차의 부진이 장기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중국 시장 부진에 구조적인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업계는 가격대비 품질이 우수한 한국차의 장점이 중국의 성장으로 상당 부분 희석되고 있다는 점을 거론한다. 가격경쟁력에서 절대 우위를 지켜온 중국이 품질 수준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본차와 독일차가 고급세단과 하이브리드,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보유하고 있어 탈출구를 찾기도 마땅치 않다. 현대차가 가격·품질·브랜드 등 어디서도 확실한 경쟁력이 없는 상황에 놓였다는 얘기다.



최대 고객인 현대차의 부진은 고스란히 부품사에 전이된다. 현대차 협력사들은 중국 공장에 동반 진출한 경우가 많은데 중국 판매가 휘청이면서 그간의 투자가 빚으로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부품사 입장에서는 국내 공장 상황도 좋지 않아 중국 부진의 여파가 특히 뼈아프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중견 부품사 100곳 중 31곳이 올해 상반기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부품사들이 다른 납품 업체를 찾아 나선 배경이다.

현대차 입장에서는 부품사를 마냥 붙잡고 있기 어렵다. 예년 수준의 물량을 보장해주지도 못하면서 경쟁업체 기술 추격을 우려해 거래를 막고 있다가는 자칫 부품사들이 고사할 수 있다. 최악의 보릿고개를 넘지 못한 협력사가 중국 공장 부담을 못 이겨 국내 사업장까지 정리하면 현대차로서는 부품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중국과 협업, 부메랑 될라=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미칠 파장이다. 업계는 한국차가 중국보다 엔진·미션 등 기술력에서 2~3년 앞선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국내 부품업체의 대열 이탈이 계속될 경우 격차가 더 좁혀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중국에 진출한 다른 부품사들에 부정적인 파급 효과를 미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대차는 중국에서 현지 업체와 합작으로 공장을 돌리고 있는데 중국 업체가 자사 주도의 차 부품 공급망을 갖출수록 부품업체 교체나 단가 인하 압력에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앞서 베이징기차는 지난해 비용 절감을 위해 대부분 한국 업체인 베이징현대의 납품사를 중국 현지 기업으로 교체할 것을 요구했으나 현대차가 이를 거부하며 부품 공급에 차질을 빚어 생산이 중단되기도 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전에는 납품 단가가 높았던 만큼 현대모비스 등 동반 진출한 그룹 내 협력사를 통해 그룹 전체 차원의 이익을 남길 수 있었다”며 “중국 측이 협상력을 키울수록 현대차그룹뿐 아니라 다른 부품사들에 돌아가는 몫도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김우보기자 ub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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