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들이 증권사에서 대출받는 신용융자가 다시 늘어나고 있다. 지난달 급락장을 거치면서 숨죽이고 있던 개인투자자들이 반등장을 예상하며 저점 매수에 나서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특히 낙폭이 심했던 코스닥 바이오주에 개인투자자들이 집중적으로 베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증시의 신용융자 잔액은 9조6,499억원(23일 기준)으로 지난 1일(8조9,993억원)보다 7.2% 늘어났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4조6,839억원에서 4조9,249억원으로 6% 증가했고 개인투자자 비중이 80%가 넘는 코스닥시장에서는 4조3,155억원에서 4조6,603억원으로 8.6% 늘었다. 한지영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달 들어 증시 반등으로 신용융자 잔액이 늘었다”며 “개인투자자들이 지수 상승을 예상하고 다시 신용융자를 활용한 베팅에 나서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신용융자 잔액은 올해 6월 한때 12조6,000억원대까지 급증했다. 하지만 이후 증시 침체가 이어진데다 10월에는 급락장으로 인한 반대매매가 쏟아지면서 신용융자 잔액이 9조원 아래로 하락했다. 반대매매는 주가가 급락해 담보 가치가 떨어지거나 자금 회수가 어려워졌는데 투자자가 추가 증거금을 더 내지 않을 경우 신용융자를 해준 증권사가 해당 투자자의 주식을 강제로 매도하는 것을 뜻한다.
신용융자 잔액 증가와 함께 개인투자자들의 순매수 금액도 불어나고 있다. 이달 유가증권시장에서의 순매수 금액은 1,436억원에 그쳤지만 코스닥시장에서는 1조1,244억원이나 사들였다. 같은 기간 기관투자가들이 유가증권시장에서 2,404억원, 코스닥시장에서 1조967억원을 순매도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외국인투자가들 역시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각각 2,192억원, 350억원어치를 팔았다.
개인투자자들의 예상대로 증시는 반등 곡선을 그리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이달 2.6% 오르는 데 그쳤지만 개미들이 적극 가담한 코스닥은 7% 넘게 올랐다. 이 기간 개인투자자들이 주로 사들인 종목은 신라젠(215600)(순매수 금액 1,136억원), 인트론바이오(048530)(441억원), 에이치엘비(028300)(405억원), 파멥신(208340)(368억원) 등 바이오주다. 고의 분식회계로 인해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가 이달 14일부터 거래정지됐는데도 낙폭이 크고 성장성이 높은 바이오에 집중 투자하는 모습이다. 코오롱생명과학(102940)·코오롱티슈진(950160)의 6,500억원 규모 기술수출, 셀트리온 ‘테믹시스정’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판매허가 등 호재도 개인투자를 이끌었다. 내년 상반기 신라젠·바이로메드(084990)·제넥신 등의 임상 결과 발표도 예정돼 있어 개미들의 바이오주 베팅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다만 당분간 국내 증시는 뚜렷한 방향성을 나타내기보다 관망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오는 29일 미중 정상회담 등 굵직한 이벤트를 앞두고 섣불리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유가증권시장의 일별 거래대금 규모는 이달 초까지만 해도 5조~6조원대로 집계됐지만 23일부터는 4조원 아래로 떨어진 상태다. 코스닥시장 역시 거래대금이 소폭 감소하는 추세다. 김예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은 불확실성 속에서 혹시나 하는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지만 원하는 결과가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