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스타를 올해 둘러보니 (국내 시장 공략에 나선) 해외 게임사가 많아지고 있는데, 국내 업체가 더 분발했으면 좋겠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물론 (넷마블(251270)도) 보다 열심히 해야겠죠.”(방준혁 넷마블 이사회 의장)
“지스타가 갈수록 더 커지고 화려해지고 있지만 (게임사가) 발표하는 작품 수나 종류가 줄어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게임업계가 힘든 상황이지만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반성했습니다.”(장현국 위메이드(112040) 대표)
올회 14회째로 열린 국내 최고의 게임 축제인 ‘지스타 2018’이 18일 역사상 최대 규모의 관람객과 전시관 유치 성과를 내며 마무리됐다. 지방자치단체(부산시)의 대규모 지원도 약속받는 등 양적 규모에서는 ‘역대급 성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지만 방 의장이나 장 대표의 언급처럼 국내 게임업계의 한계점을 드러냈다는 반대의 평가도 나온다.
18일 한국게임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 15일부터 17일까지 사흘 동안 지스타가 열린 부산 벡스코(BEXCO)를 방문한 누적 관람객은 17만4,839명으로 전년 대비 5.16%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행사 사흘째 누적 관람객 기준으로 역대 최대 성과이기도 하다. 이 중 기업 거래(B2B) 전용 전시관을 방문한 유료 관람객 수는 2,169명으로 폐막을 하루 앞두고 이미 지난해(2,006명) 기록을 넘어섰다. 전체 전시관(부스) 역시 2,966개로 전년 대비 3.8% 늘어났다.
지난해 블루홀 자회사 펍지(PUBG)의 총싸움게임(FPS) ‘배틀그라운드’의 등장을 계기로 ‘e스포츠’로 가득 메웠던 전시관 분위기는 올해 미국 에픽게임즈 ‘포트나이트’에 가세로 한층 열기를 더했다. 게임사뿐만 아니라 아프리카TV, 트위치 등 게임 중계 플랫폼도 뛰어들며 지스타 전시관 현장은 거대한 e스포츠 경기장처럼 조성됐다. 지스타에 10년 넘게 참석한 국내 게임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지스타에서 관람객이 직접 게임을 체험하는 것보다 프로게이머나 인플루언서(온라인 유명인)이 하는 것을 ‘보는 일’이 대세가 된 듯하다”고 짚었다.
그럼에도 게임산업 최전선에 있는 고위관계자들을 중심으로 ‘아쉬운 소리’가 나오는 것은 지스타를 통해 공개된 신작 게임의 수와 형태(장르)가 제한적이었기 때문이다. 이번 지스타에서 출시 예정 신작을 대대적으로 공개하고 관람객에 직접 선보인 것은 사실상 넥슨(14종)과 넷마블(4종) 등 일부 대형 게임사 정도다. 그나마도 각 업체가 주력으로 홍보한 게임은 다중접속역할게임(MMORPG)에만 쏠려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게다가 올해 ‘검은사막 모바일’로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6관왕을 차지한 ‘펄어비스(263750)’나 ‘리니지M’으로 양대 애플리케이션(앱) 장터 매출 1위를 휩쓴 엔씨소프트(036570)는 아예 지스타에 전시관을 내지 않았다. 배틀그라운드 열풍을 일으킨 블루홀 역시 신작보다는 계열사와 구성한 게임 개발 브랜드 ‘크래프톤’을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아울러 지스타가 ‘글로벌 게임 전시회’를 표방했지만 해외 관람객 비중이 비약적으로 높아지지 않았다는 점도 보완할 숙제로 꼽힌다. 실제 지난해 지스타 관람객 중 89%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에서 방문했고 유럽과 북남미 등 다른 해외 지역의 참여 비중은 11%에 불과했다.
오히려 그동안 지스타 참여가 저조했던 외국계의 활약이 두드러졌다는 점이 눈여겨볼 대목이다. 외국계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지스타 주요 후원사를 맡은 에픽게임즈는 지난 8일 국내 PC방에 포트나이트를 공식 출시하고 부산 전역과 벡스코 일대를 광고로 뒤덮었다. 중국 게임사 ‘XD글로벌’도 국내 대형 게임사에 버금가는 100개 부스를 내고 신작 4종을 지스타에서 공개했다.
국내 대형 게임사의 한 대표이사는 “에픽게임즈 등 외국계 게임사가 이 정도로 준비해 올 줄은 몰랐다”면서 “내년에는 어떤 새로운 업체가 나올지 모르겠지만 경쟁에서 밀리지 않도록 단단히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고 지스타 방문 소감을 전했다.
/부산=지민구기자 mingu@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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