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사진) 롯데그룹 회장이 다음달 초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를 잇따라 방문한다. 신 회장이 최근 일본을 다녀오기는 했지만 일본롯데 주주 회동 및 휴식 차원이었다는 점에서 경영 복귀 후 첫 글로벌 경영 행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방문과 관련해 롯데그룹의 ‘신남방정책’ 의지와 함께 롯데그룹 해외 사업 축이 중국에서 동남아시아로 옮겨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신 회장은 다음달 3일부터 4박 5일간의 일정으로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를 방문한다. 우선 베트남 하노이에서 응우옌쑤언푹 베트남 총리를 만나 롯데의 현지 투자 및 협력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한다. 이후 호찌민으로 건너가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등을 둘러보고 ‘에코스마트시티’ 기공식에 참석한다. 신 회장은 지난해 7월에도 베트남을 방문해 롯데센터 하노이, 롯데마트 동다점 등을 둘러봤으며 하노이와 호찌민 인민위원장을 만나 롯데몰 하노이와 에코스마트시티 사업 등에 대한 협조를 구한 바 있다.
롯데그룹은 백화점·마트·호텔·면세점·제과 등 16개 계열사가 베트남에서 활발히 사업을 진행 중이며 관련 임직원만 1만1,000여명에 달한다. 지난 2014년에는 하노이에 초고층 복합시설인 ‘롯데센터 하노이’를 세워 베트남 랜드마크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을 받는다. 경제성장률과 현지 사업 포트폴리오 등을 감안하면 베트남은 롯데의 ‘포스트 차이나’가 될 수 있는 셈이다.
신 회장은 이후 인도네시아로 건너가 롯데케미칼(011170) 인도네시아 유화단지를 방문한다. 롯데가 인도네시아 섬을 연결하는 물류사업 진출을 꾀하고 있다는 점에서 현지 업체와 접촉도 예상된다.
이번 출장에서 롯데그룹의 유통·화학·식품·호텔 및 서비스 비즈니스유닛(BU) 부회장 중 화학을 담당하고 있는 허수영 부회장만 동행하는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롯데는 지난달 2조2,274억원을 들여 롯데케미칼 주식 23.24%를 매입해 롯데지주(004990) 산하에 롯데케미칼을 편입시켰다. 일본롯데의 입김이 강했던 이전 롯데케미칼 지배구조가 롯데지주 중심으로 바뀜에 따라 지배구조 관련 불확실성이 사라져 공격적 투자의 기반이 마련됐다. 이번 신 회장의 인도네시아 방문으로 롯데가 4조원가량을 투자해 추진 중인 인도네시아 유화단지 사업이 재개될 가능성이 높다. 신 회장은 이번 출장에서 4조원가량이 투입된 석유화학단지 착공작업 재개를 위해 인도네시아 고위관계자들과 면담할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은 또 내년 초 미국 루이지애나주의 에틸렌·에틸렌글리콜(EG) 공장 준공식 참석을 검토하는 등 화학 부문에 확실히 힘을 실어주고 있다.
올해 말께로 예상되는 신 회장의 두 번째 해외 현장 방문지는 중국이 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 랴오닝성 선양에 추진 중인 롯데월드 건설공사 재개 등의 이슈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롯데가 중국 청두시에 아파트단지 및 호텔·백화점·쇼핑몰·시네마 등을 건설하는 이른바 ‘청두 프로젝트’는 매각설이 나돌고 있어 관련 불확실성도 제거해야 한다. 롯데그룹의 2015년 중국 법인 매출은 3조1,920억원이었지만 지난해 1조3,910억원으로 반 토막이 났다는 점에서 매출 회복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이번 신 회장의 출장으로 롯데그룹 임원 인사 및 조직 개편은 오는 12월 중순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신 회장이 경영에 복귀한 후 이전보다 빠른 임원 인사로 조직에 긴장을 불어넣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지만 신 회장이 귀국하는 8일 이후에나 임원 인사가 이뤄질 예정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롯데그룹은 중국 사업 부진 탈피와 호텔롯데 상장 및 금융계열사 지분 정리 등 숙제가 많다”며 “동남아를 향하는 신 회장의 발걸음이 가볍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양철민·고병기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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