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에 대해 소비자가 느끼는 판매서비스만족도가 지난해에 비해 낮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4차 산업혁명과 함께 세일즈 환경이 급변하면서 세일즈의 개념을 재정의하고 역량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 대표이사 김종립 부회장)은 세일즈 인력의 역량을 소비자가 직접 평가한 ‘2018 판매서비스만족도(KSSI)’ 조사 결과를 12일 발표했다. KMAC는 기업의 세일즈 역량 강화를 유도하고 소비자들의 현명한 소비를 돕기 위해 지난 2014년부터 KSSI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이번 조사는 8월부터 9월 말까지 전국 4대 권역에 거주하며 ‘1~2년 이내 상품 또는 서비스를 구매(가입)한 경험이 있는 소비자’ 총 2만1,321명을 대상으로 했다. 자동차, 가전, 리빙·가구, 통신·보안, 패션·뷰티, 금융, 일반의약품 등 총 7개 부문 22개 산업군 93개 기업에 대한 1대1 개별면접 조사로 진행됐다.
올해 조사에서 전체 산업군 평균은 지난해 대비 1.2점 하락한 72.7점으로 나타났다. 요소별로는 세일즈 태도가 75.5점으로 전년 대비 1.8점 상승한 반면 지식(71.5점)은 큰 폭으로 떨어졌다. 상담력(72점), 비즈니스 책임감(71.5점) 또한 전년 대비 소폭 하락했다. 부문별로는 국산자동차산업이 77.4점으로 가장 높은 만족도를 보였고 제약(75.6점), 전자제품전문점(75.3점)이 뒤를 이었다. H&B산업군(68.3점), 신발전문점(68.4점)은 비교적 낮은 평가를 받았다.
올해 전반적인 서비스만족도가 하락한 가운데서도 기아자동차는 높은 평가를 받았다. 전체 산업군에서 가장 높은 만족도인 78.6점을 받아 국산자동차산업군 5년 연속 1위로 조사됐다. 타이어전문점의 타이어프로(금호타이어), 은행(대출)산업의 KEB하나은행, 생명보험산업의 한화생명 등도 각 산업군에서 5년 연속 1위를 기록했다.
통신서비스전문점산업군의 KT가 4년 연속 1위, 손해보험산업군의 현대해상, 은행(PB)산업군의 신한PWM, 제약(일반의약품)산업군의 일동제약 등은 3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전자제품전문점산업군의 롯데하이마트와 화장품(시판)산업군의 미샤, H&B스토어산업군의 올리브영은 2년 연속 1위를 기록했다. 자동차장기렌털산업군의 롯데렌터카, 증권산업군의 신한금융투자는 새롭게 1위에 올랐다. 새 조사에 포함된 저축은행산업군에서는 OK저축은행, 가구전문점산업군에서는 한샘이 1위를 차지했다.
올해 세일즈의 가장 큰 특징은 빅데이터를 활용한 고객분석과 고객관계관리(CRM)가 발달하면서 현장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KMAC는 기업이 이를 활용해 고객발굴과 기존 고객의 재구매를 촉진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또 옴니채널의 등장으로 세일즈 관리 영역이 넓어져 단순히 속도가 빠른 대응보다는 능동적 대응이 중요해졌다는 게 KMAC의 진단이다.
‘비(非)판매 세일즈’가 대두하고 있다는 점 또한 새로운 현상이다. 미래학자 대니얼 핑크가 제시한 ‘비판매 세일즈’ 개념은 타인을 설득하고 이해하도록 해 그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활동이다. 여기에 주목한 KMAC는 기업에서 세일즈 부서와 마케팅·프로모션 부서와의 연계, 더 많은 정보와 혜택을 제공해 소비자를 설득하고 신뢰를 받는 현장직원들의 활동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올해 조사에서도 비판매 세일즈와 관련된 세일즈 직원의 지식과 상담력 요인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기업들이 산업군별 1위를 차지했다.
최근 무인 채널 등 ‘인적 외 대면’으로 세일즈 채널이 다양화되고 있지만 세일즈 직원의 권유는 구매에 여전히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조사에서 ‘세일즈 직원의 적극적인 추천’은 소비자 17.3%의 구매(가입) 요인이 됐기 때문이다. 아마존의 ‘아마존고’가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지만 판매직원의 도움 없이 쇼핑(구매)을 할 수 있는 시대는 시기상조라는 게 KMAC의 판단이다. 국내에 불고 있는 무인 채널 도입 바람은 매년 늘어나는 고정비(인건비)와 기술의 발전 때문이라고 봤다.
4차 산업혁명과 기술발달에 따라 비대면 채널이 늘어나는 등 세일즈 환경은 더욱 빠르게 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기동 KMAC 진단평가3본부 본부장은 “세일즈 환경은 인적 채널에서 비대면 채널로, 판매 중심의 세일즈 현장에서 경험과 체험 중심의 세일즈 환경으로 변모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소비자는 기업의 본연적 가치인 세일즈에 매혹되기 때문에 고객에게 기업의 가치를 제안하고 설득하는 ‘세일즈’ 역량 강화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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