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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유바이크]<73>자유를 찾아 달리는 한국의 '프리덤 라이더'

할리데이비슨 '프리덤 스토리' 캠페인에 소개된 이규현 라이더

우리는 왜 바이크를 탈까요. 라이더들에게 물으면 빠지지 않는 대답이 ‘자유’일 겁니다. 특히 30~50대에 모터사이클을 시작한 이들에게는 절대적인 이유이기도 합니다. 저만 해도 ‘평일에 일하는 나’와 주말에 ‘모터사이클을 타는 나’, 둘이 상당히 다른 사람처럼 느껴지거든요. 물론 꼭 바이크 때문이 아니라 주말이 되면 사람이 온순해지고 해맑아지고 그런 경향(특히 토요일)이 있긴 하지만요.

어쨌든 라이더들은 자유를 찾아 달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그래서인지, 할리데이비슨에서 올 초 시작한 캠페인도 이름부터 ‘프리덤 스토리(Freedom Stories·동영상이 궁금하시면 클릭)’입니다. 자신만의 자유로운 인생을 살고 있는 각국의 할리데이비슨 라이더들을 소개하는 콘셉트죠. 현재까지 프리덤 스토리를 통해 네 명의 라이더가 소개됐습니다. 그 중 세 번째는 한국의 이규현 라이더시더군요. 안 만나볼 수 없었습니다.

할리데이비슨 ‘프리덤 스토리’에 소개된 이규현 라이더. /사진=할리데이비슨 홈페이지 캡처




할리데이비슨 ‘프리덤 스토리’에 소개된 이규현 라이더(왼쪽). /사진=할리데이비슨 홈페이지 캡처


우선 바이크 이야기부터. 이규현 라이더는 할리데이비슨 팻보이, 아이언883 두 대를 갖고 계십니다. 바이크 면허는 대학 시절 땄고 당시에도 조금 타긴 했지만 즐겁기 위해 제대로 바이크 라이프를 다시 시작한 건 4년 전이라고 합니다. 가장 친한 친구가 “바이크는 무조건 할리”를 고집하는 할리 오너이기도 해서 영향이 컸다네요. 친구분이 언제나 “바이크를 타면 다른 세상을 보게 된다”고 강조하셨었다고 합니다. 이규현 라이더는 현재 할리데이비슨의 ‘포티에잇’ 기종 동호회로 출발한 ‘팀48’ 동호회원들과 함께 바이크라이프를 함께 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압구정의 사무실에서 만난 이규현 라이더.


그가 풀어놓은 ‘자유’의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이규현 라이더는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아침에 출근해서 저녁에 퇴근하는 보통의 회사원이었습니다. 하지만 한국 특유의 경직된 조직문화, 더 늦기 전에 꿈을 찾고 싶은 마음이 컸던 탓에 회사를 그만두고 지난 2015년 화장품 회사인 ‘현앤컴퍼니’를 창업했습니다. 개인적으로 패션·뷰티 산업에 관심이 있었던 데다 회사 생활을 통해 쌓은 마케팅 경력을 합쳐 개성 있고 좀더 고급스러운 남성용 화장품 브랜드를 만들어보자, 는 생각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탄생한 브랜드가 ‘데보나인’입니다.

이규현 라이더는 ‘데보나인’의 로고, 패키지 등을 직접 디자인한 능력자이기도 합니다. 그가 인터뷰날 입은 옷에도 데보나인의 로고가 프린트돼 있었습니다.


퇴사와 함께 바이크도 장만했습니다. 단순히 퇴사와 창업만으로 자유를 찾았다는 건 아닙니다. 이규현 라이더의 이야기를 그대로 옮겨보겠습니다.

“당시 40대의 위기 같은 게 찾아왔어요. 가장으로서, 남편으로서의 테두리 안에만 있다 보니 ‘그럼 나는 뭐지?’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런데 바이크를 타면서 그런 것들로부터 자유를 얻게 됐죠.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나 생각으로부터 자유로워져서 내 색깔을 내는 자유랄까요. 그게 없었으면 힘들었을 거예요.

바이크가 없었다면, 그대로 직장에 다녔다면 ‘나’는 점점 비워지고 다른 것들로 채워지는 삶을 살았겠죠. 이제는 나답게 살아보자, 내 색깔을 내는 삶을 살아보자 하는 생각이에요.“



저도 이 대목에서 공감이 참 많이 갔습니다. 남들이 시키는 대로 사는 삶, 좋아하지도 않는 일에 생의 상당 부분을 할애해야 하는 삶, 일에 치여서 내가 없어지는 삶에서 탈출하고픈 마음은 독자 여러분들도 가끔이든 자주든 느껴보셨을 것 같습니다. 탈출하기 어려우면 최소한 한 발짝 물러서고 싶은 그 마음요.

그런데 탈출한 다음에는, 한 발짝 물러난 다음에는 뭘 해야 할까요? 떡도 드셔본 분이 드신다고 하지 않습니까(…). 정말 열정을 쏟을 일을 찾으려면 그만큼 많이 시도를 해봐야 합니다. 열심히 일하다가도 잘 놀려면 그만큼 많이 놀아보고 어떤 놀이가 제일 좋은지, 무엇이 내 취향인지 알아야 됩니다. 그게 결국은 ‘나’를 찾는 길이고 자유를 찾는 길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라이더들에게 바이크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 줍니다.

바이크를 타면서 만나는 새로운 친구들도 커다란 선물입니다. 이규현 라이더가 속한 ‘팀48’은 알고 보니 수천명 회원을 보유한 전국구 조직(?!)이었습니다. 지역별로 리더가 있을 만큼 규모가 커서, 서울 회원이 부산에 출장갈 일이 있으면 미리 연락해서 저녁 모임을 갖기도 하고, 다른 지역 회원들이 전주 박투어를 가서 전주 회원들과 만나기도 한다네요. 봄맞이 웨이크업 투어 때는 서울에서만 90여대가 모일 정도라고 합니다.

할리데이비슨 ‘프리덤 스토리’ 영상에도 대거 출연한 팀48 회원들. /사진=할리데이비슨 홈페이지 캡처


이규현 라이더는 “살다 보면 아는 사람은 많아져도 친구는 줄어드는데, 라이더들끼리는 공통의 관심사 때문에 만나면 빠르게 친해진다”면서 “새로운 친구들이 생기면서 삶도 더욱 풍성해졌다”고 말합니다. 역시 지극히 공감입니다. 저도 바이크 아니었으면 못 만났을 사람들을 만났고, 친구가 되었거든요. 그냥 밥집에서, 술집에서 만나서 얘기하는 것도 좋지만 같이 달리는 사이의 그 소속감과 공감대는 정말 특별합니다.

저는 이규현 라이더의 사업이 정말 잘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사업이 초기 단계긴 하지만, 이런 장기 계획도 밝히셨거든요. “호주의 데우스엑스마키나처럼 라이더 감성을 담은 여러 제품과 공간까지 아우르는 브랜드로 데보나인을 키우고 싶다”는 계획을요. 꼭 성공하셔서 한국 라이더들도 덕분에 그런 사치를 누려봤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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