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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유전자 비슷한 원숭이·기억력 좋은 초파리...인류 구원할 '시약'

생명硏 '영장류자원센터'로 본 실험동물의 세계

원숭이, 노화·뇌과학·전염병 등

난치병 연구 살아있는 최적 시약

생명硏 3,000마리 사육에 팔걷어

체내 실시간 관찰가능 제브라피시

번식력·회복력 좋아 재생분야 적합

치매치료는 초파리 연구로 새 지평

"가혹한 희생" 실험 반대도 거세

줄기세포 활용 장기연구 확산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정읍 영장류자원지원센터의 원숭이 모습. /사진=생명연




치매DTC융합 연구단의 동물실험실에 실험용 쥐들이 플라스틱 상자(Cage)에 담겨 있다. /사진=KIST


치매DTC융합연구단의 한 연구원이 실험용 초파리를 옮기고 있다. /사진=KIST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의 전북 정읍 영장류자원지원센터가 지난 6일 준공식을 열어 인간을 위해 희생하는 실험동물의 세계에 눈길이 모아진다.

원숭이는 사람과 93.5%의 유전자가 일치해 신약이나 신물질 개발 시 전임상시험을 통해 효과나 독성·부작용을 확인하는 데 이용된다. 이들에게 치매를 비롯한 뇌질환·전염병·암 등의 실험을 한 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 1상, 2상, 3상을 거쳐 신약 허가가 이뤄진다. 원숭이에게 약물을 투여한 뒤 독성 평가를 진행하며 효과나 부작용 등을 살펴본 후 조직 내 약물 분포 분석 등 필요한 경우 부검도 진행한다. 지난해 국내에서 2,304마리의 원숭이가 실험에 사용됐다.

앞서 1957년 독일에서 임신부 입덧 방지를 위한 약을 복용한 임신 중인 쥐와 개에서는 독성이 발견되지 않았으나 이를 복용한 임신부 5,000여명이 기형아를 출산하자 영장류 실험의 필요성이 커졌다. 하지만 2014년 미국 식품의약청(FDA) 산하 국립독성연구원이 다람쥐원숭이에게 니코틴 중독 실험을 하는 과정에서 네 마리가 죽고 그해 폭스바겐이 미국 러브레이호흡기연구소에 의뢰해 필리핀원숭이에 밀폐된 공간에서 디젤배기가스를 분사하는 실험을 하다가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영장류자원지원센터는 연내 1,090마리의 원숭이를 확보하고 오는 2025년 3,000마리까지 확대해 국내 연구기관에서 원하는 수요의 50%를 공급할 방침이다. 현재 충북 오창에 영장류 400마리를 키우고 있으나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치매 연구는 한국화학연구원 부설 안전성평가연구소(KIT)의 정읍 연구동에서도 진행하고 있다.

김장성 생명연 원장은 “영장류를 대상으로 노화, 뇌과학, 신약 개발, 전염병 연구, 재생의학 등 전임상연구로 의생명과학기술 발전과 바이오산업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실험용 영장류의 90%를 공급하는 상황에서 원숭이를 들여오는 것도 까다로워지고 있고 지난해 8월 나고야의정서 발효로 해외 생물자원으로 성과를 얻을 경우 로열티 제공과 기술이전 등을 해야 한다는 게 생명연의 설명이다.



동물 실험과 해부는 고대 그리스의 히포크라테스 시절부터 행해졌다. 1860년대 프랑스의 생리학자 클로드 베르나르(1813~1878)는 동물실험을 생리학의 표준 연구로 자리 잡게 했다. 루이 파스퇴르(1822~1895)도 탄저병 연구와 백신 실험에서 양 등을 활용했다.

하지만 찰스 다윈(1809~1882)은 잔인한 동물실험이 정당화될 수 없다고 봤다. 1903년 윌리엄 베일리스 영국 런던대 교수가 개를 생체실험한 후 죽은 개를 추모하는 동상이 세워지는 등 동물실험 찬반 논란이 커졌다. 최근에는 줄기세포를 3차원으로 배양하거나 재조합해 만든 미니 장기인 ‘오가노이드’를 활용한 연구도 확산되고 있다. 최진희 서울시립대 환경공학부 교수는 “유럽연합(EU)은 2013년부터 화장품 개발에서 동물시험을 금지했고 ‘신화학물질관리제도’에서 규제하는 화학물질 독성평가에서도 가능한 한 세포시험이나 컴퓨터 예측 방법 등 대체시험법을 권고하고 있다”며 “미국 환경청은 화학물질의 독성 예보 프로그램을 구축하고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한 독성 예측 기법 개발도 매우 활발하다”고 전했다.

동물실험은 농약·식품·화장품 등의 효능이나 독성을 평가하는 데도 쓰인다. 쥐는 물론 초파리나 제브라피시(물고기) 등을 활용해 뇌질환과 암 등의 치료법을 찾고 있다.

국내 실험동물의 90% 이상인 쥐는 좁은 공간에서 많이 키울 수 있는데 유전자 편집기술을 통해 암이나 당뇨 등의 질병에 걸리게 한 뒤 치료제의 독성을 평가하는 데 쓰인다. 다만 수명이 1~3년으로 유지비용이 적지 않다. 제브라피시는 척추동물로 인간과 장기 등이 유사하고 유전자 염기서열도 75~80%가 비슷하다. 유지비도 거의 안 들고 형광 단백질이 있어 체내를 실시간으로 들여다볼 수 있다. 수명은 2년가량으로 신체가 훼손되더라도 회복력이 좋아 재생 연구에도 적합하고 번식도 빠르다.

이에 비해 생애주기가 1~2개월에 불과한 초파리는 인간과 유전자가 60%가량 비슷한데 기억력도 좋아 치매 연구 등에 활용된다. 그동안 초파리 연구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과학자가 총 6명인데 지난해 수상자인 마이클 로스배시 미국 브랜다이스대 교수는 “초파리에게 감사하다”며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치매DTC융합연구단에 참여하는 박기덕 KIST 책임연구원은 “원숭이·쥐·초파리·제브라피시의 유전자를 조작해 치매에 걸리도록 해 원인 규명과 신약 실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배애님 연구단장은 “(동물실험을 통해) 내년부터 타우기반 치매 치료제와 반응성 교세포 조절 치매 치료제의 전임상연구에 돌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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