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대형주를 중심으로 어닝 쇼크가 잇따르면서 3·4분기 전체 실적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종목 수 기준으로는 절반, 금액 기준으로는 80%가 이미 실적 발표를 마쳤지만 지금까지 하향 조정된 예상치에도 못 미친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무역분쟁이 예상보다 오래 전 세계 증시의 발목을 잡으면서 4·4분기는 물론 내년 실적에 대한 불안감도 증폭된다.
6일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이날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3·4분기 실적을 발표한 종목은 대형주 중심의 99개로 금액 기준으로 약 80%가 실적을 공개한 것으로 집계됐다.
99개 종목의 영업이익은 총 42조6,763억원이다. 이는 유안타증권이 분석하는 200개 종목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200개 종목의 전체 3·4분기 영업이익은 54조6,991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심각한 수준의 어닝 쇼크가 일어나지 않는 한 3·4분기 영업이익이 재차 사상 최대치를 경신한다는 의미다. 지난 2·4분기 영업이익도 사상 최대 규모(50조2,000억원)였다.
문제는 지금까지 실적 발표가 기대에 못 미치는데다 이후의 실적도 우려된다는 점이다. 지난 9월까지 99개 종목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43조8,161억원이었다. 이는 잇따라 하향 조정된 전망치다. 하지만 실제 공개된 영업이익은 낮춰진 전망치의 97.4% 수준이다. 김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9월 말 기준 3·4분기 전망치는 이미 연초 대비 95.3% 하향 조정된 수치인데 발표되는 실적이 이를 밑돌고 있다”며 “아직까지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101개 종목이 전망치에 못 미치면 더 낮아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 발표된 종목 기준으로 3·4분기 영업이익 성장률은 8.4%다. 나머지 101개 종목이 전망치보다 8%를 웃도는 실적을 공개하지 못한다면 한자릿수 성장률에 그치게 된다. 김 연구원은 “한자릿수 성장률은 2016년 1·4분기 이후 처음”이라고 덧붙였다.
업종별로 보면 정보기술(IT) 업종, 그중에서도 삼성전자·SK하이닉스·삼성전기 등 하드웨어 부문은 어닝서프라이즈가 적지 않았다. 급락장으로 퇴색했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3·4분기에도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경신했다. 은행·건설·철강·정유 등도 전망치에 대체로 부합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현대차를 필두로 한 자동차 업종의 어닝 쇼크, 아모레퍼시픽 등 화장품 업종의 부진이 전체 영업이익을 깎았다. 현대차의 3·4분기 영업이익은 2,889억원으로 전년 대비 76%나 급감했고 아모레퍼시픽그룹도 847억원으로 36%나 줄었다.
4·4분기 실적에 대한 불안도 짙어지고 있다. 에프앤가이드가 증권사 3곳 이상의 추정치가 있는 148개 코스피 종목을 기준으로 집계한 내년 1·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41조8,000억원대다. 올해 1·4분기보다 4% 성장하는 데 그친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4·4분기는 연말의 특성상 어닝쇼크가 다른 분기보다 많이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
2019년 전체 실적 전망치도 잇따라 하향 조정되고 있어 증권가에서는 이익 사이클 하락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미중 무역분쟁이 실제로 한국 기업 실적에까지 타격을 입히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경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무역분쟁은 한국의 중간재 수출 마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은행·반도체의 이익 둔화를 중심으로 올해 4·4분기부터는 이익 감소 추세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다만 증시가 이미 기업 실적 둔화를 반영했으며 외부 악재가 해소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도 조심스럽게나마 나온다. 대신증권은 최근 내년 전망을 통해 “세계 경기 둔화, 기업 이익 부진 등에 대한 실망감은 이미 코스피에 반영됐고 미국의 재정정책, 중국의 경기부양 정책 등에 주목해야 한다”며 내년 상반기 코스피지수가 2,300선까지 회복할 것으로 예상했다.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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