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치료제 ‘삭센다’가 젊은 층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인터넷 사이트를 중심으로 불법 거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다른 비만 치료제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작용이 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의사의 처방 없이 투약했다가는 우울증·불면증·췌장염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어 단속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국내에 출시된 비만 치료제 삭센다가 일부 병의원에서 품귀 현상을 빚으면서 인터넷 사이트에서 불법 거래가 버젓이 이뤄지고 있다. 서울 성북구에 사는 대학생 김지현(24·가명)씨는 “평소 다니던 피부과에 삭센다가 들어오지 않아 인터넷 중고물품 거래 사이트에서 따로 구입했다”며 “기존에 삭센다를 처방받았던 환자가 남은 제품을 웃돈을 얹어 내놓아도 금방 판매가 이뤄진다”고 말했다.
삭센다는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가 개발한 비만 치료제다. 당초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되다가 임상시험 단계에서 체중 감소라는 부작용이 발견되면서 비만 치료제로 정식 출시됐다. 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 전문의약품이고 환자가 직접 복부에 주사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체중 감량에 효능이 뛰어나다고 알려지면서 젊은 층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다.
◇비만 치료제 ‘삭센다’ 개요
회사 노보노디스크(덴마크 )
효능 식욕 호르몬 조절해 체중 감소 유도
가격 1개당 13~15만원(1주일 용량)
기타 전문의약품(비급여)
삭센다를 찾는 고객들이 늘자 최근에는 기존 성형외과뿐만 아니라 동네의원이나 소아과의원에서도 앞다퉈 삭센다 처방에 나서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병의원은 개당 13만~15만원 수준인 삭센다의 가격을 올려받거나 순번을 정해 처방하는 예약제까지 도입하고 있다.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되는 기존 비만 치료제들과 달리 관리와 처방이 덜 까다롭다는 점도 일선 병의원에서 삭센다를 선호하는 이유 중 하나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이기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식욕 호르몬을 조절해 식욕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체중을 감량하는 원리이기 때문에 시중에 알려진 것처럼 원하는 부위만 살을 빼는 약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다른 치료제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작용이 덜하지만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는 임의로 투약할 경우 심하면 쇼크까지 동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유순집 대한비만학회 이사장(부천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은 “엄연한 치료제인 ‘삭센다’가 일선 병원의 상술로 인해 미용 목적으로 무분별하게 처방되고 있다는 점이 문제”라며 “당뇨병·고혈압·고질혈증 등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는 심각한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의사의 처방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성기자 engine@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