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증시 하락이 과도하지만 여전히 단일 지역 투자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미국계 자산운용사인 얼라이언스번스틴(AB)의 데이비드 웡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28일 서울경제신문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최근 국내에서 다시 관심이 높아지는 베트남·인도 등 신흥국 투자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대부분의 한국 투자자들은 원화와 한국 주식을 모두 보유하고 있어 이미 신흥국 증시 위험 노출도가 높다”며 “신흥국보다는 선진국, 특히 미국 투자가 장기적으로 높은 성과를 가져다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웡 매니저는 지난 1996년부터 22년여간 반도체·모바일 등 다양한 분야에서 주식 애널리스트로 활동해온 베테랑이다. 최근 베트남·브라질·인도 등 저점까지 하락한 신흥국 증시가 상승세지만 추가 투자에 대해서는 여전히 신중한 입장이다. 그는 “신흥국 증시는 양호한 펀더멘털에 비해 극단적으로 하락했다”면서도 “신흥국 시장에 투자하고자 한다면 매니저가 수익을 달성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무제약·다각화·글로벌 포트폴리오를 권한다”고 말했다. 단일지역·업종에 투자하기보다는 선진국, 특히 장기 성장이 예상되는 미국과 혼합해 분산투자하라는 설명이다.
웡 매니저는 특히 국내 투자자들의 신흥국 투자 리스크가 선진국에 비해 높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해외 투자자들이 한국 기업의 소액주주 수익개선 등에 관심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개별 기업 차원에서는 여전히 갈 길이 멀어 한동안 한국 주식이 주변 아시아 대비 낮은 가격으로 거래되는 상황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올해 대부분의 애널리스트가 한국 기업이익 전망을 하향 조정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외국인은 ‘비중 축소’ 기조를 고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이유로 글로벌 애널리스트들은 한국과 신흥국이 아닌 미국 투자를 적극 권하는 추세다. 웡 매니저는 “미 고액 투자자들은 보통 주식 50%(주로 미국), 채권 40%의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다”며 “아시아 위주의 포트폴리오에 비해 성과가 우수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올해처럼 위험 회피 기조가 강한 해에는 미국 주식이 달러화 기준으로 10%의 수익률을 낼 뿐 아니라 환헤지를 하지 않는다면 원화 기준으로도 수익률이 높다”며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기 위해 환헤지 없이 미 증시에 투자하라”고 말했다. /서지혜기자 wise@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