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중립성 원칙 완화를 위한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업계 간 의견이 엇갈려 합의에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민관연 전문가로 구성된 5세대 이동통신(5G) 통신정책 협의회는 28일 오전 정부과천청사에서 제1소위 첫 회의를 열어 망중립성과 제로레이팅에 대해 논의했다. 망중립성은 인터넷 네트워크에서 전송되는 모든 데이터는 망 이용료와 처리 속도 등에 차이를 두어서는 안 된다는 원칙으로, 현재 우리나라를 포함한 대부분의 국가가 채택하고 있다. 통신업계는 막대한 투자비가 들어가는 5G 도입을 앞두고 망중립성 원칙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인터넷 업계는 비용 급증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어 합의하는 데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김성환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날 발제에서 대규모 인터넷 기업의 등장, 동영상 등 대용량 트래픽 발생 등으로 망중립성 완화 필요성이 커졌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물리적으로는 하나인 네트워크에 가상화 기술을 적용해 마치 여러 개의 특화된 네트워크인 것처럼 사용할 수 있는 ‘5G 네트워크 슬라이싱(Network Slicing)’은 관리형 서비스의 활용을 본격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콘텐츠제공자(CP)가 일정용량을 점유할 경우 인터넷서비스제공자(ISP)의 속도 지연을 허용하되, 중소 CP에 한해 고속망(Fast Lane)을 제공하는 등의 대안을 제시했다. 또 제휴 콘텐츠에 데이터 비용을 면제하거나 할인하는 ‘제로레이팅’에 대해서는 망중립성 위반이 아니므로 사안별로 사후 규제한다는 것을 전제로 허용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오병일 진보 네트워크 활동가는 “5G 네트워크도 인터넷에 연결될 경우 품질이 보장되지 않지만 모두 공평하게 이용하는 일반 인터넷인 최선형(Best-Effort) 망일 수밖에 없어 망중립성을 바꿀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오 활동가는 “고속망을 위해 별도 대가가 요구되면 중소 CP에 불리하며, 5G 하에서 망중립성 탓에 어떠한 문제가 생기는지에 대한 근거가 필요하다”며 법제화를 통해 강화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그는 “자사가 하는 제로레이팅이나 배타적 제로레이팅은 문제가 있으며, 불공정 행위 때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도 주장했다.
발제 후 이어진 토론에서도 ‘현행 망중립성을 유지하자’는 의견과 ‘5G 서비스에 대해서는 망중립성의 예외인 관리형 서비스를 폭넓게 인정하자’는 의견이 맞붙었다. 제로레이팅과 관련해서도 “사전규제는 하지 않되 불공정행위 발생 때 사후규제하자”는 의견이 있었지만 ‘자사 제로레이팅’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그러나 소위 첫 회의여서 통신사와 인터넷업체 간 격론은 벌어지지 않았다.
전성배 과기정통부 통신정책국장은 “정부 철학은 국민이 혜택받고 혜택이 줄지 않는, ‘이용자 중심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것 하나”라며 “망중립 원칙이 가이드라인 형태로 유지되고 있지만 5G 시대로 가면 다른 모양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 이에 5G와 조화를 이룰 솔루션을 내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나라인턴기자 kathy948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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