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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램 편중 벗자" SK하이닉스 낸드공장 내달 4일 준공

72단 시작으로 내년 96단 양산

'하강곡선 반도체' 새 돌파구 마련

수요 급증하는 낸드 점유율 확대

약점 보완에 선두업체 바짝 추격





SK하이닉스(000660)가 다음달 4일 청주 M15 반도체공장 준공식을 열고 5세대 96단 3차원(3D) 낸드플래시 생산 준비에 돌입한다. 기술경쟁이 치열한 낸드 시장에서 확고한 지위를 확보해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2위 자리를 굳히겠다는 전략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10월4일 청주 M15 준공식에 최태원 SK 회장과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 등이 참석해 ‘초격차’ 전략을 강조할 계획이다. 정부 고위관계자도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15조원이 투자된 청주 M15는 4세대 72단 낸드를 우선 생산하고 내년 초부터 96단 낸드 양산을 본격화한다. 96단 낸드는 현존하는 최고 수준의 3D 낸드 기술이다. 데이터 저장 최소단위인 셀을 72단 낸드보다 많이 쌓아올려 속도·용량·전력소모 면에서 30~40%가량 우수하다.

SK하이닉스의 청주 M15 준공은 두 가지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번 공장 준공으로 SK하이닉스는 4차 산업혁명을 맞아 수요가 급격히 확대되고 있는 낸드 시장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할 발판을 마련했다. 특히 낸드 시장에서 마이크론과 함께 4~5위권을 형성하고 있는 SK하이닉스로서는 96단 낸드 양산을 통해 삼성전자·도시바 등 선두 업체를 바짝 추격할 것으로 예상된다.

D램에 편중된 사업 구조에 균형감을 불어넣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SK하이닉스의 D램 시장 점유율은 29.6%(IHS마킷 자료, 2·4분기 기준)로 업계 2위지만 낸드 시장 점유율은 11.1%로 4위에 그친다. 지난해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 중 D램 비중이 90%에 달했다. 그만큼 D램 업황에 휘둘리는 사업 구조다. 이번 낸드 공장 준공으로 이런 약점이 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SK하이닉스의 투자는 위기에 직면한 우리 반도체 산업은 물론 경제 전체에 희망적 신호이다. 문재인 정부의 숙원인 일자리 창출은 물론 국내 투자를 망설이는 여타 기업 등을 자극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업계의 한 임원은 “SK하이닉스로서는 중국 등 후발주자와 기술격차를 벌리고 선두 업체와도 제대로 한 판 붙어볼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한 셈”이라고 진단했다.

낸드 수요 확대로 메모리 업체들은 시장 선점을 위해 앞다퉈 투자를 진행 중이다. 당장 삼성전자만 해도 중국 시안에 70억달러를 투입해 낸드 제2공장을 짓고 있다. 내년 말부터 삼성은 이 공장에서 48단·64단 낸드를 만들게 된다. 도시바도 최근 일본에 최첨단 낸드 공장을 짓고 가동에 들어갔다. 얼마 전 32단 낸드 개발을 끝낸 중국의 YMTC는 올해 말부터 공장을 가동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가 애초 계획보다 8개월이나 당겨 올 10월부터 가동을 추진하는 것은 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 고점 논란이 여전하지만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로 대변되는 데이터센터,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등으로 낸드 수요가 계속 확대된다는 점은 분명하다”며 “SK하이닉스도 이런 시장 쟁탈전에서 뒤지지 않기 위해 공장 가동을 서두르는 것”이라고 봤다.

특히 M15는 SK하이닉스의 앞선 기술력을 입증하고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양수겸장’ 카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M15에서 생산될 96단 낸드는 메모리 반도체에서 맹추격에 나선 중국과의 기술 격차를 보여준다. 현재 한미일 메모리 반도체 업체 간 96단 낸드 개발 경쟁은 치열하다. 지난해 6월 웨스턴디지털과 함께 기술 개발에 나섰던 도시바는 최근 96단 낸드 생산에 들어갔다. 마이크론의 경우 인텔과 손잡고 올해 안에 96단 낸드 개발을 마무리한다는 목표다. 삼성은 지난 5월부터 90단 제품을 내놓고 있다.

낸드 시장에서 선전할 경우 SK하이닉스의 메모리 사업 구조는 이전보다 훨씬 짜임새를 갖추게 된다. 업계의 한 임원은 “삼성전자만 해도 D램과 낸드 사업 비중이 6대4 정도”라며 “최 회장이 무려 4조원을 들여 낸드플래시 원천기술을 보유한 일본 도시바의 메모리 지분 투자에 나섰던 것도 D램에 편중된 사업구조에 숨통을 터주기 위한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상훈·신희철기자 s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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