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은 올해 안에 동·서해선 철도 및 도로 연결 착공식을 갖기로 하는 등 경제협력 분야에서도 많은 합의를 이뤘다. 다만 유엔 대북제재가 완화되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하기 힘든 것이어서 대북제재 완화 여부가 우선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유엔 제재는 미국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에 미국이 북한의 이번 비핵화 약속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좌우될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이 긍정적으로 본다고 해도 국회 통과가 필요해 난항이 예상된다.
우선 19일 나온 ‘9월 평양공동선언’을 보면 2조에 남북 경협이 들어가 있다. 2조는 ‘남북은 상호호혜와 공리공영의 바탕 위에서 교류와 협력을 더욱 증대시키고 민족경제를 균형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실질적인 대책들을 강구해나가기로 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1항에 ‘금년 내 동·서해선 철도 및 도로 연결을 위한 착공식을 갖기로 했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판문점선언에서 합의한 철도·도로 연결은 올해 안에 착공식을 갖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는데 이를 일단 남북 간 합의 사안으로 확대한 것이다.
남북은 2항에서 ‘조건이 마련되는 데 따라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사업을 우선 정상화하고 서해경제공동특구 및 동해관광공동특구를 조성하는 문제를 협의해나가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판문점선언에는 엄격한 대북제재 분위기 탓에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이 빠졌지만 이번에는 선언문에 포함됐다. 이 외에 남북은 3항에서 ‘자연생태계 보호 및 복원을 위한 남북 환경협력을 적극 추진하며 우선적으로 현재 진행 중인 산림 분야 협력의 실천적 성과를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고 합의했다. 마지막 4항에는 ‘전염성 질병의 유입 및 확산 방지를 위한 긴급조치를 비롯한 방역 및 보건·의료 분야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적었다.
다만 이번 합의는 대북제재에 위반될 소지가 있기 때문에 실현되려면 유엔의 대북제재 완화, 나아가 미국의 제재 완화 동의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미국은 철도 분야의 남북 협력 등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지난 5일(현지시간) 미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남북 철도공동조사는 제재 대상이 아니라는 한국 통일부의 입장에 동의하느냐’는 미국의소리(VOA) 방송의 질문에 “모든 유엔 회원국들이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로 금지된 ‘특정 분야 제품’을 포함해 유엔 제재를 완전히 이행하기를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이번 평양공동선언에서 나온 북한의 비핵화 조치 및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말한 것처럼 공동선언 내용 외에 이뤄진 많은 논의들에 대한 미국의 반응이 경협 실현의 최대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만약 미국으로부터의 동의 내지 긍정적인 반응 없이 올해 내 철도·도로 착공을 강행하면 한미공조에 큰 균열이 갈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한미는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 문제를 놓고도 이견을 보여 개소가 예상보다 늦어지기도 했다. 청와대는 “남북관계가 비핵화와 함께 가야겠지만 경우에 따라 남북관계가 비핵화를 견인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철도·도로 연결 및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는 실질적인 경협 사안이 될 수 있어 미국의 반발이 이전보다 클 수 있다.
미국의 동의 및 대북제재 일부 완화가 이뤄져도 비용 문제가 버티고 있다. 2008년 통일부가 10·4 남북공동선언 이행을 위한 개략적인 비용을 계산했는데 철도·도로 연결에만 8조6,700억원이 필요하다고 나왔다. 국회에서 판문점선언 비준 동의안도 아직 통과되지 않고 있어 철도·도로 연결 예산 편성이 본회의를 통과할지 불투명하다. 특히 북한이 우리에게 갚지 않은 경수로 건설사업 및 철도·도로 건설 자재 비용이 3조5,000억원에 달한다. 국회에서는 먼저 이에 대한 변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고 북한은 반발할 확률이 크다.
/평양공동취재단 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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