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세금, 제대로 쓰자]1조 쌀직불금, 상위 2%가 18% 챙겨...富農 배만 불린 쌀값대책

<4·끝>관리 부실한 취약산업 지원-농수산업부문

소수가 쌀 직불금 독식...농가 소득증대는커녕 양극화만 부추겨

'증산 정책' 쌀 목표가격 인상·'감산 정책' 생산조정제 충돌까지

농촌테마공원은 하루 10명미만 방문..."묻지마 예산지원" 비판

농민단체들이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쌀 목표가격 인상과 농정개혁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정부의 쌀 목표가격은 80㎏당 18만8,000원이다. 정부는 실제 가격이 목표치에 미달하면 차액의 85%만큼을 변동직불금으로 농민에게 내어준다. 고정직불금은 별도다. 농가의 소득과 경영이 안정될 수 있게 하자는 게 쌀직불금의 취지다. 올해 변동직불금 예산만 1조800억원에 달한다.

현실은 반대다. 거꾸로 농가의 양극화를 부추기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재배면적이 0.5㏊ 미만인 소농은 전체 농가 수의 39.3%를 차지한다. 그러나 이들이 받은 직불금은 전체 직불금 예산의 10.1%에 그쳤다. 반면 6㏊ 이상의 대농은 전체 농가의 2.3%였지만 전체 직불금의 18.1%를 받아갔다. 예정처의 한 관계자는 “현행 기준으로는 대규모 농지에서 많은 수확을 하는 소수의 부농·대농이 직불금을 독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현재의 구조에 문제가 많은 셈이다.

쌀직불금 제도가 제대로 된 효과를 내지 못하는 것은 구조적인 문제 때문이다. 농업소득은 지난 1994년 1,032만원으로 1,000만원 선을 넘은 후 20년 넘도록 제자리걸음이다. 국민의 쌀 소비량이 감소하는 속도를 쌀 공급량 감소가 따라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값을 받지 못하고 팔려나가는 쌀이 많다는 뜻이다. 국민 1인당 쌀 소비는 2013년 연간 67.2㎏에서 지난해 61.9㎏까지 줄었지만 쌀 생산은 평년(396만톤)보다 24만2,000톤(6.1%) 많은 420만톤(2016년)을 기록했다. 정부가 쌀 구조조정에 나서지 않는다면 직불금을 통해 매년 수조원의 예산이 나갈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정부는 올해 1,368억원의 예산을 편성해 쌀생산조정제를 도입했다. 논에 콩 같은 타 작물을 재배할 경우 기존 쌀농사로 벌어들이던 소득을 보전해주는 게 뼈대다. 도입 첫해 정부는 대대적인 홍보를 병행했지만 결과는 미비했다. 박주현 바른미래당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쌀 재배면적은 73만7,769㏊로 지난해(75만4,713㏊) 대비 1만6,944㏊ 감소하는 데 그쳤다. 2.2%가 줄어든 것인데 이는 쌀생산조정제 시행 전과 비교해도 비슷한 수준이다. 1,300억원을 들인 사업에 효과가 없었다는 의미다. 박 의원은 “쌀 생산량 감축을 위한 정부의 쌀생산조정제 시행에도 불구하고 2018년 쌀 수급균형은 사실상 실패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구조조정 효과가 없는데 정부가 쌀 목표가격을 높게 부르는 것도 악순환을 불러오는 원인 가운데 하나다. 직불금 산정의 고정변수인 쌀 목표가격이 높아지면 직불금 수령액이 늘어나 쌀 생산량은 다시금 늘어날 수밖에 없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말 결정될 쌀 목표가격에 대해 ‘19만4,000원+α’는 돼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쌀 목표가격이 최종 결정되는 국회 논의 과정에서 농식품부가 제시했던 가격보다 통상 만원 이상 증액됐던 과거의 사례를 감안하면 쌀 목표가격은 20만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증산 정책인 쌀 목표가격 인상과 감산 정책인 생산조정제를 동시에 실시한 꼴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나랏돈을 쓰면서 앞뒤가 맞지 않는 정책을 동시에 펼치고 있는 것이다.





퍼주기식 농가지원 정책이 이어지다 보니 불법 보조금 수령 사례도 끊이지 않는다. 농식품부가 지난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6년까지 농업용 국고보조금 부당수령금액이 278억5,000만원이었다. 적발 건수는 836건으로 농식품부는 이 중 33건, 55억원의 부당 보조금 지급액을 돌려받지 못했다.

비효율적인 농업예산 집행은 이뿐만이 아니다. 농촌 활성화를 목표로 개장한 농촌 테마공원 사업 같은 일반 사업도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2016년 기준 개장한 35개의 테마파크 중 11개소가 하루 평균 10명 미만이 방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곳당 평균 국비 30억원이 투입됐지만 낙후된 농촌경제 활성화라는 목표로 건립된 테마공원이 예산 낭비의 대표적 사례로 전락한 셈이다. 농식품부가 추진한 권역 단위 농촌마을 개발사업도 지난해 543개 개발사업 중 85개 사업에서 운영 부실이 적발됐다. 국회 농해수위의 한 관계자는 “농촌의 인프라 확충을 목표로 내걸고 국회의원들의 지역구 관리용 예산이 무분별하게 투입된다”며 “농식품부의 철저한 사후관리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 고위관계자도 “농민이라는 말만 나오면 예산 구조조정 같은 얘기는 금기어가 된다”며 “자유무역협정(FTA)으로 피해를 보는 농민들의 심정은 이해가 가지만 언제까지 지금과 같은 묻지마식 예산지원을 계속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비판했다.

/세종=박형윤기자 manis@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