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을 가지고 사람들을 대한 것은 아니었는지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한 예능 프로그램이 있다. 지금도 대중적 인기를 누리는 MBC ‘복면가왕’과 JTBC ‘히든싱어’다. ‘복면가왕’은 참가자가 가면으로 얼굴과 신분을 숨긴 채 목소리로 승부를 거는 경연 프로그램이다. 심사위원들은 오직 실력으로 이들을 판단한다. ‘히든싱어’는 원조가수와 모창능력자들이 커튼 뒤에서 부르는 노래를 듣고 원조가수를 맞히는 프로그램이다. 원조가수보다 더 원조가수 같은 모창능력자가 선택되는 경우도 있다. 외국으로도 독창적인 포맷이 판매됐다는 ‘복면가왕’과 ‘히든싱어’의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가면과 커튼에 가려졌던 참가자의 얼굴을 마주하는 순간 시청자들이 내뱉는 탄성에 답이 있지 않을까.
겉모습에 얽매이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평가한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돌이켜보면 처음 그 어려움을 접한 때는 군 복무 시절이었다. 공무원 생활을 하다가 군 입대 후 공군교육사령부 인사처에서 기초 군사훈련을 마친 군인들을 배치하는 업무를 맡았기에 인사권이 갖는 위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 본인의 희망과 정해진 기준에 따라 배치가 결정됐지만 대체로 희망 지역은 한정됐기에 당사자와 그 부모들이 공감할 수 있을지, 공정한 절차를 더 보완할 부분은 없는지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는 했다.
지난 6월 필자가 회사 취임 후 처음으로 승진 인사와 보직 이동을 결정하게 됐다. 어느 조직이든 인사 때마다 뒷말이 무성하기 마련이다. 공정한 인사를 해야 한다는 중압감이 묵직하게 다가왔다. 서열·학연·지연 등에서 벗어나 적재적소의 원칙으로 마지막 순간까지 직원들의 노력과 성과를 제대로 파악했는지, 미처 살피지 못한 것은 없는지 고민했다. 그럼에도 인사 결과에 서운하게 생각할 사람들에게는 개별적으로 불가피함과 미안한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구축한다’는 그레셤의 법칙(Gresham’s law)처럼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지 않는 조직에는 미래를 이끌 능력 있는 인재가 남아 있을 리 없다. 채용에서도 동일하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회사에서는 ‘블라인드 채용’을 전면 시행하고 있다. 입사지원서에 편견이 개입될 수 있는 인적사항은 모두 삭제하고 면접에서도 복장에 따른 선입견을 배제하고자 회사 유니폼까지 제공한다. 공정한 평가를 보장해 모두에게 기회가 평등하게 주어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채용비리와 청년고용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가운데 기업들과 공공기관 등의 채용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정정당당한 승부라면 승자와 패자 모두에게 값진 경험이 된다. 도전자라면 ‘복면가왕’과 ‘히든싱어’의 참가자처럼 계급장을 떼고 혼신의 힘을 다해보자. 누군가를 심사하는 자리에 앉았다면 도전자를 진정한 실력만으로 평가하자. 결과에 승복하고 서로 신뢰할 수 있는 사회는 멀지 않은 곳에 있다. 누군가에게 기대지 않고 떳떳하게 자신을 내던질 수 있었던 어제와 오늘의 도전자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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