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센터가 쇼핑몰로?”, 인스타그램 핫하게 달군 ‘동춘175’를 가다! |
광화문에서 차로 출발한지 1시간 10분이 지났을까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인 낮고 널찍한 쇼핑몰이 나타났다. 1974년 지은 연면적 2,800여 평 규모의 세정의 1호 물류 센터는 채광이 좋은 통유리의 친환경 쇼핑몰로 탄생해 있었다. ㄱ자 형태로 높은 동 4층과 낮은 동 2층으로 이뤄져 있었는데 이국적인 감성이 풍겨났다.
우선 낮은 동에 들어서니 통유리로 둘러싸인 천장에서 쏟아지는 자연 채광에 마음이 편안해 진다. 오른쪽에 천장 수준까지 맞닿은 계단형 쉼 공간이 있는데 앉아 있지 않고 그저 바라만 봐도 여유롭다. 중고서적이 구비된 ‘동춘 도서관’이다. 계단에 깔린 방석에 앉아 세정 직원들이 직접 헌정한 도서를 보고 있는 아이들을 보고 있노라니 도시의 각박한 생활에서 잠시 떨어져 나온 것 같다. 책에 빠져있던 아이들은 금새 런치박스, 옷, 다양한 액세서리 등으로 눈을 돌려 자기들만의 쇼핑 시간을 갖는다. 예쁜 머리 핀을 사달라고 조르기도 하고 거울 앞에서 친환경 에코백에 꽂혀 어른들 흉내를 내기도 했다.
아이들이 시장 놀이에 푹 빠져 있는 동안 엄마들은 오랜만에 자유 시간을 만끽할 수 있다. 지역사회 소상공인과 신진 작가들이 만든 제품으로 구성된 생활용품 매장에선 어찌나 살 게 많은지 가구, 명인명장, 식품, 잡화, 생활, 직물 등 800여 개의 아이템이 즐비해 눈이 즐거웠다. 이미 하나 골랐다. 요즘 플리츠 스타일의 패션 소품이 유행이라던데 신진 디자이너가 만든 플리츠 에코백을 질렀다. 여기서 파는 대부분의 물건은 다른 쇼핑몰에서는 없는 제품들이 많아 소장 가치가 높단다.
벌써 점심 때가 되니 2층 셀렉 다이닝 고메 175과 1층 브런치 카페에 쇼핑객들이 몰려 들었다. 한식, 중식, 일식, 분식 등 6개의 음식점이 집합해 있어 입맛 따라 고를 수 있다. 1층 카페 롱브레드와 4.2 베이커리 공간은 이미 인근 용인 맘들의 모임 장소로 유명한 탓인지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었다.
본격적인 ‘동춘하기(동춘에서 쇼핑과 놀이하기)’는 점심 식사 이후 부터다. 아이들은 넘치는 에너지를 발산하기 위해 4층 ‘바운스 트램폴린’으로, 엄마들은 여성 의류, 패션 잡화 등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를 만날 수 있는 1층과 합리적인 가격으로 세정의 전 브랜드를 모아 놓은 3층 아웃렛으로 흩어지기 바쁘다.
4층은 통째로 바운스 트램폴린이 자리했는데 하루 종일 이 곳에서 놀아도 지겹지 않을 만큼 온갖 종류의 ‘방방이’가 가득하다. 한켠에는 핀란드식 인테리어가 돋보이는데 소꿉놀이를 하고 싶은 유아동을 위한 공간은 물론 어른들도 체험할 수 있는 다이어트 프로그램이 마련돼 온 가족이 한 자리에서 함께 할 수 있도록 했다.
가족 내 쇼핑에서 항상 소외됐던 아빠들은 2층 골프웨어존과 3층 아웃렛에서 쏠쏠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남성들의 성향을 고려해 원스톱 쇼핑이 가능한데다 디자인 별이 아닌 치수 별로 제품이 비치돼 있어 쇼핑 편의가 극대화 돼 있다. 가성비 터지는 예상치 못한 득템에 남자들의 금새 표정이 밝아진다.
동춘 175는 곳곳에 쇼파나 테이블이 비치돼 있는 휴식 및 여유 공간이 많아 ‘쉼이 있는 쇼핑공간’이라는 쇼핑몰의 정체성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실제로 쇼핑을 하다 보면 지쳐서 쇼핑을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가 다반사인데 이런 세세한 부문까지 배려한 것이 느껴진다. 하루 종일 머물렀지만 피곤하지 않은 것도 이 같은 이유때문이다.
요즘 한국 사회도 생일 파티, 가족 기념 행사, 젊은 층들의 놀이 파티 등 파티 문화에 익숙해 지고 있다. 동춘 175의 숨겨 놓은 보배는 다름 아닌 옥상이다. 주변에 산으로 둘러 쌓여 신선한 공기에 마음이 탁 트인다. 선베드와 파라솔까지 비치돼 청명한 가을 날씨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1~2층에서 음식을 사다가 옥상에서 아이들 생일 파티를 열어주고 엄마들은 맥주 한잔을 기울이는 동안 아이들을 4층 바운스에서 애프터 파티를 즐기도록 하면 더 없이 기억에 남는 ‘생파’가 될 것 같다.
/용인=변수연기자 dive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