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脫) 원전 정책이 지속될 경우 매출 6조 원의 원전 시장이 절반 이상 감소하고 4만 명에 달하는 일자리도 만 개 이상 줄어들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원자력 전공 기피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어 ‘필수인력’ 확보마저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그럼에도 정부의 원전분야 연구·개발(R&D) 예산은 원자력 안전과 해체에 집중되면서 원전 밸류체인이 흔들리고 있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2일 윤한홍 자유한국당 의원실이 제출받은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원전산업 생태계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한전기술과 한수원과 계약을 맺고 있는 697개 업체 중 보조기기·예비품 업체 총 400개사의 산업 이탈이 우려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총 원전사업자 중 약 57%에 해당하는 규모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보조기기의 경우 해외수주를 하더라도 건설 공기에 따라 공백기가 발생한다”며 “수출 시에도 상대적으로 시공이나 주기기 만큼의 이익을 거두지 못하고 있어 산업 이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2017년 원전 산업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우리 원전 산업 분야의 매출액은 26조6,324억원. 발전사업자를 뺀 기자재 산업과 연구기관 등에서 올린 매출만 6조6,376억원에 달한다. 신규 원전이 사라지는 오는 2023년이 되면 이들 매출도 급감할 수밖에 없고 문을 닫는 기업들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자리도 급감할 전망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원전 산업 인력은 해외 원전 추가 수주가 없으면 현재 3만8,800명에서 2030년에는 3만명 미만으로 감소한다. 원전 전공 기피 현상까지 발생하면서 최후에는 ‘구인난’까지 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럼에도 기존 원전 산업에 투입되는 정부 예산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정부안 기준 올해 원자력핵심기술개발 사업 예산은 지난해보다 64억원(-9.5%) 줄어든 621억원이 책정됐고 원자력연구기반확충사업도 42.1% 감소, 수출용 신형 연구로 개발 예산도 79.4%가 줄어들었다. 반면 원자력 해체 등에 대한 예산은 증가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원자력안전·해체 연구 및 인력양성 예산은 올해 551억원에서 내년도 557억원으로 늘어났고 정보통신 기반 원자력안전혁신기술개발사업도 신규로 편성돼 26억원이 투입됐다.
원자력 업계의 한 관계자는 “원자력 성능보다는 해체나 안전에만 지나치게 기술 개발이 집중될 경우 한국의 원전 수출 경쟁력도 갉아먹고 국내 산업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박형윤기자 man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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