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마력대 출력, 70㎏·m대 토크를 내는 스포츠 세단에서 높은 연료효율과 친환경성까지 바라는 건 말이 안된다. 스포츠카는 기름 아끼고 환경에 기여하려고 타는 차가 아니지 않은가.
그런데 462마력과 71.4㎏·m의 토크, 제로백(0→100㎞/h) 4.6초의 괴력을 내면서도 복합연비 12.3㎞/ℓ의 우수한 효율을 자랑하는 차가 있다. 심지어 전장 5m가 넘는(5,050㎜) 대형차다. 포르쉐 ‘파나메라 4 E-하이브리드’ 얘기다. 최근 열린 시승회에 참가해 강원도 인제 일대에서 이 차를 체험했다.
이 차는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EEV)다. 외부 전원으로 배터리를 충전하되 전력이 떨어지면 내연기관과 회생제동으로 배터리를 충전해 엔진의 힘을 돕는 차다. 주행 모드는 4가지다. 먼저 E-파워 모드는 전기모터로만 달리는 순수 전기차 모드다. 최대 33㎞를 달릴 수 있다. 이 모드의 최고 속도는 시속 140㎞.
하이브리드 모드는 오토·E-홀드·E-차지로 나뉜다. 하이브리드 오토는 주행 환경에 따라 엔진과 모터의 힘을 차가 알아서 분배하는 방식이고 E-홀드는 배터리 잔량을 현재 상태로 유지하면서 엔진과 모터의 힘을 분배한다. 하이브리드 E-차지는 최단 시간 내에 배터리를 완전 충전 상태로 만드는 모드인데 전기차 모드로 도심에 진입하기 전에 이용하면 좋다.
나머지 두 가지 모드는 스포츠와 스포츠+. 두 모드에선 항상 엔진이 켜진 상태로 운행되며 이름 그대로 역동적인 드라이빙을 할 때 알맞다.
시승에선 먼저 E-퍄워모드로 주행했다. 어떠한 전기차에서도 느낄 수 없는 압도적 파워와 부드러운 주행감이 균형을 이루고 있었다. 그 다음은 하이브리드 오토 모드로 산악의 와인딩 로드를 주행했다. 오르막을 탈 땐 엔진이 켜지며 모터와 함께 두터운 토크감을 선사한다. 내리막에선 엔진을 끄고 회생제동을 통해 적극적으로 배터리를 충전한다. 깊숙한 코너에서도 속도를 유지할 수 있는 안정감과 밸런스를 느낄 때면 과연 포르쉐답다는 탄성이 나온다.
스포츠 모드와 스포츠+ 모드에선 그야말로 스포츠카 감성이 오롯이 전해진다. 상시 엔진이 켜지는 만큼 매력적인 배기음에 빠져든다. 계기반 중앙에 있는 타코미터가 대략 분당회전수(rpm) 2,000을 가리키면 으르렁거리는 특유의 배기음이 터져나온다. 가속 페달을 깊숙이 밟으면 2.9ℓ 가솔린 V6 엔진에서 나온 배기음이 머플러를 지나 차량 하체에서부터 공명하면서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든다.
시승 코스 내내 연비 신경 안 쓰고 차를 차답게 몰았다. 그런데도 ℓ당 약 12.5㎞의 실연비가 기록됐다. 제원상의 연비보다 오히려 더 높다. 신나는 드라이빙을 했으면서도 제원상 연비와 비슷한 연비가 기록됐다는 것은 이 차의 성격을 얘기해주는 대목이다. 하이브리드차지만 스포츠카로서의 감성을 놓치지 않았다는 뜻이다.
마지막으로 칭찬할 것은 압도적인 고급감이다. 운전할 때뿐만 아니라 좌석에 앉아 각종 버튼을 조작할 때도 고급차의 감성이 느껴진다. 버튼 조작에 따라 디스플레이에 표시되는 그래픽도 어쩌면 잘 만들었나 싶을 정도로 고급스럽다. 가격은 1억5,720만 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가격대가 아니다. 그래도 올해 배정된 물량은 이미 다 팔렸다고 한다.
/인제=맹준호기자 nex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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