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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의 재발견] 이토록 귀여운 몬스터 '스티키몬스터랩'

강인애·부창조·최림 디렉터 인터뷰

'캐릭터는 귀여워야 한다' 고정관념 탈피

관조적으로 현실 바라보는 캐릭터 앞세워

마니아층 확보·국내외 브랜드 러브콜 줄이어





















‘광활한 숲에서 홀로 앉아있는 램프를 발견한 소녀. 둘은 금세 모든 걸 함께 하는 가장 친한 친구가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소녀에게 남자친구가 생기고 둘은 멀어진다. 시간이 흘러 남자친구에게 상처받은 소녀가 눈물을 터뜨리자, 늘 같은 자리를 지키던 램프가 그녀를 위로한다.’

‘스티키몬스터랩(SML)’이 지난 2014년 출시한 ‘The little lamp girl’의 탄생 스토리다. ‘The little lamp girl’처럼 스티키몬스터랩에서 출시하는 모든 캐릭터에는 저마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공통점이라면 처음엔 마냥 귀엽지만 보면 볼수록 마음이 쓰인달까. 외형은 점과 선뿐인 단순한 형태지만 내면은 복잡하기 그지없다. 불완전하고 다양한 감정을 느끼는 게 사람을 꼭 닮았다.

2007년 설립된 스티키몬스터랩은 국내 캐릭터 산업을 대표하는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다. 삼성·CJ·나이키·닛산 등 글로벌 브랜드와의 협업은 물론이고 탄탄한 마니아층을 기반으로 내놓는 제품마다 완판 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대만, 중국 등 중화권에서의 인기가 높다. 이토록 귀여운 몬스터들을 세상에 나오게 한 이들은 누구일까. 또 다음에 나오게 될 몬스터는 어떤 모습일까. 스티키몬스터랩의 강인애 프로젝트 매니저·부창조 아트 디렉터·최림 디렉터와 이야기를 나눴다.

인터뷰를 진행한 스티키몬스터랩의 강인애 프로젝트 매니저·부창조 아트 디렉터·최림 디렉터를 빼닮은 캐릭터들.


- 출시하는 캐릭터마다 이야깃거리가 명확해요. 캐릭터를 만들 때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궁금합니다.

부창조 : 단편적인 ‘캐릭터’에 한정을 두기보다는 전체적인 컨텐츠에 저희가 느끼는 감정들을 좀 더 현실적으로 표현하려고 노력해요. 아시다시피 저희가 만드는 몬스터들은 현실을 해결하고 고쳐나가는 ‘슈퍼 히어로’가 아니라 상황을 관조적으로 바라봅니다. 디렉터들의 감정이 투영돼서 그런지 몬스터들도 사람들처럼 불완전하고 다양한 감정이 양립하는 모습으로 그리게 됐죠.

- 캐릭터가 살아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The Little Lamp girl’에선 늘 자리를 지키면서 주인을 기다리는 애완견이 떠올랐습니다.

최 림 : 스티키몬스터랩을 만들 당시부터 몬스터를 통해서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게 목적이었어요. 그리고 어쩔 수 없이 무엇인가를 만들 때에는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부분에서 표현할 수밖에 없잖아요. 표현의 한계라고 할 수도 있지만 보는 사람들도 각자의 기억이나 경험을 대입하기 때문에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 같아요.

계산대 앞에 줄지어 서있는 몬스터들.


- 스티키몬스터랩의 캐릭터는 예기치 않은 곳에서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the runners’에 나왔던 캐릭터가 ‘the monsters’에도 깜짝 등장해요.

부창조 : 맞아요. 몬스터들이 살고 있는 세계를 일일이 설명해주는 것 보다는 여러 컨텐츠 속에 숨겨진 부분들을 보면서 조금씩 알아내고 발견하는 방식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했어요.



- 캐릭터 수가 늘어날수록 접점을 만들어 연결시키는 게 복잡해진다는 걱정은 안하세요?

최 림 : 한 컨텐츠에 많은 캐릭터를 등장시키지 않기 때문에 캐릭터 각각의 성격만 뚜렷하다면 복잡해질 우려는 없어요.

스티키몬스터랩은 닛산과의 협업을 통해 지난 2012년 부산국제모터쇼에서 새로운 아이코닉 모델 큐브를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스티키몬스터랩은 2014년 코오롱스포츠와의 콜라보를 통해 다양한 캠핑제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 수많은 브랜드들과 콜라보레이션이 이뤄졌어요. 실제로 진행한 프로젝트들보다 몇배나 많은 러브콜을 받았을 텐데, 최종적으로 협업을 결정하는 기준은 뭔가요.

강인애 : 저희에게 협업을 제안하는 브랜드들은 대부분 작업하는 방식이나 결과물들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어요. 첫 번째 기준은 SML과 협업하는 이유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가예요. 물론 비용적인 부분도 간과할 수는 없지만 첫번째 기준을 충족하는 브랜드라면 비용과 상관없이 프로젝트를 진행한 경우도 있었죠.

올 9월 출시될 ‘Baby lamp’의 모습.


- 스티키몬스터랩의 제품들은 매진돼 구하지 못하는 한정판들이 많아요.

강인애 : 제품 양산에 대한 부분은 내부적으로도 고민이 많습니다. 제품을 구입해주시는 분들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면 무리해서라도 대량으로 양산해보려는 시도를 했겠지만 아직 우리나라의 마니아층이라고 해봐야 2,000~3,000명 정도예요. 실구매층은 그보다 적고요. 그래서 지금은 소량생산 위주로 갈 수 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제품을 직접 양산하기보다는 외부업체와 협업하거나 극소량으로 아트피스를 만드는 방식으로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어요. 9월에 출시하는 ‘Baby lamp’는 ‘The little lamp girl’의 미니 버전이에요. 기존 제품보다 사이즈를 줄이고 가격도 낮췄어요. 더 많은 분들이 ‘Baby lamp’를 접하실 수 있게요.

- 국내 못지않게 해외에서 인기가 많아요. 특히 중화권의 반응이 뜨거운데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최 림 : 말씀하신 것처럼 대만·홍콩·중국 등에서 여러 제안들을 받고는 있지만 특별히 한국보다 해외에서 반응이 좋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굳이 중화권에서 저희를 찾아주시는 이유를 꼽자면 꾸준함이 아닐까요. 4~5년에 걸쳐서 조금씩 인지도가 쌓였거든요. 결국 오랜 기간 동안 접하면서 SML을 매력적으로 바라봐 주시는 분들이 많아진 것 같아요.

니삭스를 신은 스티키몬스터랩의 캐릭터들.


- 캐릭터들이 모두 니삭스를 신고 있어요.

부창조 : 니삭스는 SML의 초기작 ‘THE RUNNERS’의 캐릭터를 구상하다가 나온 아이템이에요. 당시 레트로한 육상 선수로 컨셉을 잡으면서 ‘RUNNER’에 니삭스를 신겼죠. 그 후로 모든 몬스터들이 양말을 신게 됐어요.

- 2007년 설립됐으니 올해로 12년째 접어든 장수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네요. 앞으로 활동 계획은 뭔가요.

부창조 : 특별한 계획은 없어요. 몇 개월만 지나도 그 계획이 무색해지기도 하고 전혀 생각하지 못한 일들이 벌어지기도 하잖아요. 물론 계획이 필요없는건 아니지만 당면한 작업들을 잘 풀어나가다보면 또 다른 길이 보이더라고요. 바람이 있다면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꾸준히 활동하고 싶습니다.

/김나영기자 iluvny23@sedaily.com

/사진제공=스티키몬스터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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