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건강기능식품(건기식)을 고를 때는 어떤 성분(원료)을 어느 정도 함유하는지, 안전하고 깨끗하게 생산된 믿을만한 제품인지 정도만 따져봐도 충분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소비자들의 선택지가 더욱 다양해질 전망이다. 같은 성분이라도 기술력을 더해 체내 흡수율을 최대로 끌어올리거나 젤리·필름형 등 여러 제형으로 변형해 먹는 재미를 높이는 등 차별화된 모습으로 소비자의 선택을 받으려는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판매 촉진을 위해 제품이 포함한 성분의 우수성이나 함유량만을 부각하던 건강기능식품 시장이 변화를 맞고 있다. 기술력을 통해 기존 제품과 차별화를 꾀한 새로운 건기식의 출시가 줄을 잇고 있는 것이다.
한독의 경우 강황에서 추출한 커큐민의 흡수율을 28배 높인 테라큐민 성분을 개발해 제품화하는 데 성공했다. 카레의 노란색을 띄게 하는 향신료인 강황은 암을 예방하고 노화를 막는 항산화 효과 등이 우수해 예전부터 주목받아왔지만 입자가 커 몸에 잘 흡수되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었다. 한독의 ‘테라큐민플러스 90’은 커큐민의 입자를 매우 작게 만들어 체내 흡수율을 높이는 한편 특유의 강한 맛과 향을 없애 섭취 부담을 최소화함으로써 강황의 장점을 누리도록 개발됐다.
한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건기식 중 하나인 홍삼 제품군에서도 다양한 차별화가 시도되고 있다. 기존에는 가격을 낮추고 성분 함유량을 높이는 데만 집중했다면 최근 출시되는 제품들은 홍삼의 좋은 성분을 몸이 잘 흡수하도록 돕고 다른 성분과 결합해 시너지(상승)효과를 내게끔 한다. 예컨대 유한양행이 올해 론칭한 프리미엄 건기식 브랜드 ‘뉴오리진’을 통해 선보인 ‘전녹용홍삼’은 녹용과 홍삼을 1 대 1로 통째 담아낸 제품이다. 일양약품은 홍삼과 미생물을 혼합해 발효하는 과정을 통해 홍삼의 좋은 성분인 사포닌이 더 잘 흡수될 수 있게끔 한 ‘6년근 데일리 홍삼정’을 선보였다.
제형을 달리해 매일 먹어야 하는 건기식 섭취 부담을 줄인 제품들도 속속 등장했다. 서울제약이 선보인 입속에 붙이는 콜라겐 필름 ‘CH.V(씨에이치 브이)’는 먹거나 바르는 방식으로 콜라겐 흡수를 꾀하던 기존 제품의 한계를 극복한 제품이다. 잠들기 전 입안 양쪽 점막에 붙이고 잠들면 1시간 이내 콜라겐이 흡수돼 피부 미용에 도움을 준다. 한국화이자제약 역시 알약 형태로만 출시되던 멀티비타민 브랜드 ‘센트룸’을 이달 분말형 타입으로 처음 출시했다. 물에 타 마시면 되기에 간편하고 휴대·보관도 쉬운 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많은 사람들이 일상처럼 건기식을 섭취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더 쉽고 편리하게 섭취하면서도 성분의 효능을 높인 제품을 통해 소비자의 선택을 받으려는 업계의 시도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건기식 시장 규모는 3조 8,000억원 수준으로 전년 대비 17.2% 성장했다. 세계 시장 성장률이 6% 수준인 것과 비교해 두 배 이상 가파른 성장을 하는 중이다.
/김경미기자 km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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