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학 소상공인연합회 상근부회장이 취임 8개월 만에 돌연 사퇴했다. 지난 12월 취임한 그의 당초 임기는 원래 내년 11월까지였다.
이 상근부회장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소상공인의 어려운 처지를 알리고 대책을 촉구하는 순수한 집회가 여야 정치권의 개입으로 점차 정치투쟁의 장으로 변질돼가고 있다”며 “반정부 투쟁에 앞장서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 처사이며 국가의 녹을 먹는 상근부회장으로서는 도리가 아닌 것 같아 상근부회장을 내려놓는다”고 밝혔다.
29일 소상공인연합회를 주축으로 추진할 예정인 ‘최저임금 제도개선 촉구 국민대회’를 앞두고 조직의 행동방향에 불만을 느끼고 사퇴한 것으로 풀이된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지난 14일 2019년도 최저임금이 결정된 이후 최저임금 차등적용과 최저임금 내 주휴수당 산입을 주장하며 정부에 비판적인 입장을 피력해왔다.
이를 두고 이 상근부회장이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과 호흡이 맞지 않아서 자리를 내려놓은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이 상근부회장은 민주당(현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출마해 민선 5기 양천구청장을 지낸 인물로, 현 정부에 비판적인 최 회장과 ‘불편한 동거’를 이어가고 있다는 이야기가 무성했다.
이 맥락에서 이 부회장이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소상공인연합회를 ‘견제’하기 위해 파견한 인사라는 뒷소문이 나오기도 했다. 소상공인연합회의 한 관계자는 “중기부에서 우리를 견제하려고 이 부회장을 내려 보냈는데, 오히려 통제가 잘 안 되니 이 상근부회장 본인이 자리에서 내려온 것 아니겠나”라고 논평했다.
한편 이 상근부회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중기부가 나를 소상공인연합회에 내려 보냈다는 소문은 사실무근”이라며 “한창 소상공인연합회 회장 선거가 진행되던 지난 12월 상근부회장으로 취임하다 보니 이런 오해가 생겼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지금 소상공인연합회에서 외치고 있는) ‘소상공인도 국민이다’도 제가 만든 구호다. 근데 이 구호가 너무 정치적으로 변질되고 있더라”며 “어제 밤에 연합회 측에 ‘이렇게 집회 하면 안 된다’고 설득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오늘 아침 최승재 회장에게 사임 의사를 전했다”고 밝혔다.
/심우일기자 vit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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