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에서 미국의 금리 인상과 국내 상황은 다르다는 취지의 발언이 나오면서 국고채 3년물 금리가 10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서울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거래일 대비 6.6bp(1bp=0.01%포인트) 하락한(채권가격 상승) 1.919%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해 10월13일(1.916%) 이후 10개월여 만의 최저치다. 통화정책에 민감해 ‘금리 바로미터’로 통하는 국고채 3년물 금리는 고용 지표 ‘쇼크’ 이후 바닥을 모르고 주저앉고 있다. 국고채 5년물 금리도 전거래일 대비 5.2bp 내린 2.132%에 거래를 마쳤다.
청와대 고위관계자의 발언은 국고채의 금리 하락을 부추기는 방아쇠가 됐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미국의 금리 인상이 오면 아무래도 여파들이 있을 것”이라며 “우리나라는 또 다른 나라의 환경하고는 다른 측면이 있을 테니 그에 따라 우리나라에 맞는 정책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발언이 전해지면서 보합권에 머물던 채권 가격은 갑작스럽게 강세를 보였다.
채권시장에서 이 관계자의 발언은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기조에 끌려갈 필요가 없다는 뜻으로 해석했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우리나라보다 0.50%포인트 높다. 연준이 다음달에 금리를 추가로 올리면 차이는 0.75%포인트로 벌어진다.
문제는 국내 경기다. 정부는 고용 쇼크발 경기 침체가 현실화하자 기준금리 인상에 더욱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국회 전체회의에서 일자리 부진과 관련해 “빠른 시일 내 회복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장기물도 강세를 보였다.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2.6bp 내린 2.381%를 나타냈다. 이 역시 지난해 9월29일(2.379%)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청와대에서 이 같은 발언이 나오자 연내 기준금리 동결론에도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한 증권사의 채권딜러는 “고용 쇼크에 경기 부진이 겹치면서 정부와 한국은행은 올해 금리 인상에 더욱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리기자 bor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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