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 빛이 전혀 도달하지 않는 달의 남·북극 주변 분화구 곳곳에 얼음이 존재하는 것이 확인됐다. 달에 물이 존재하는 것은 지난 2008년에 처음 밝혀졌지만 물로 된 얼음의 존재가 나타나 달 탐사에서 현지 자원으로 활용될 수 있을 전망이다. 탐사대가 식수로 활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물을 분해해 수소는 로켓 연료로, 산소는 숨을 쉬는데 쓸 수 있다.
21일 가디언지 등 외신에 따르면 하와이 지구물리·행성학 연구소 리슈아이 박사 연구팀은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10년 전 인도의 첫 달 탐사선 ‘찬드라얀1호’에 제공한 ‘달 광물지도작성기(Moon Mineralogy Mapper·M3)’에서 근적외선분광법으로 측정한 자료를 재분석해 얼음의 존재를 확인했다고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최신호에 밝혔다. 얼음은 극지 주변 분화구의 영구 음영 지역에서 발견됐다. 달에는 이런 영구 음영 지역이 3.5%에 달하는데 영하 163도 이상 오르지 않는 남극지역에서 더 많은 얼음이 발견됐다.
리 박사는 이번 연구결과가 달의 표면에 노출돼 있는 물로 된 얼음의 존재에 대한 “직접적이고 분명한 증거”라며 “이 얼음은 앞으로 달 탐사에서 현지 자원으로 활용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달에 물을 가져가지 않고 지표면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는 것은 달 식민지 건설의 경제성이 한 단계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달에 물이 존재할 가능성은 이미 10년 전에 제기됐다. 인도우주국(ISA)의 찬드라얀 1호가 활동 1년 만에 달의 먼지 알갱이에 붙어있는 물 분자의 존재를 밝혔다. 이어 NASA가 남극 근처 카베우스 분화구의 영구 음영지역에 엘크로스 위성을 충돌시켜 분화구 물질이 피어올라 만든 기둥을 분석해 물의 존재를 확인했다. 하지만 이번처럼 달 표면에 얼음 형태로 존재하는 물을 발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로 수성과 태양계의 왜행성인 세레스 등에서도 얼음 형태의 물 발견을 할 수 있다고 학계는 보고 있다. 수성과 세레스는 달과는 매우 다르지만 축이 약간 기울어져 극지방이 음영지역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