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화손해보험은 최근 노령 동물도 가입할 수 있는 ‘한화 펫 플러스보험’을 출시했다. 기존에는 8세 미만 반려동물만 가입할 수 있던 것을 만 10세까지 대상을 허용하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펫보험을 판매하고 있는 삼성화재는 7세 이상, 현대해상과 롯데손해보험은 8세 이상이면 보험 가입을 제한하고 있다. 반려견들이 잘 걸리는 다빈도 질병을 특약으로 넣어 보장을 강화한 것도 특징이다. 한화손해보험 관계자는 “기존 펫보험보다 가입 범위를 넓히고 슬관절·고관절 탈구, 치과질환 등 개들이 잘 걸리는 다빈도 질병을 특약으로 넣어 보장 범위도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메리츠화재는 지난 2013년 출시했다가 판매 부진을 겪으며 1년도 채 되지 않아 상품 판매를 접었지만 펫보험 시장 확대에 따라 연내 상품출시를 목표로 재기에 나서고 있다.
보험료도 성인 일반 보험 못지않게 높지만 펫보험 시장은 꾸준히 확대되는 추세다. 한화손해보험 상품을 예로 들면, 실제 3세 기준으로 상해·질병 치료비 등 기본 담보와 장례비·배상책임·유실견 찾기 등의 특약담보를 더해 연간 보혐료(일시납)는 약 44만1,800원에 달한다. 국내 3개 보험사의 펫보험 연간 평균 보험료는 지난해 기준 약 37만원이다.
펫보험이 커지는 것은 보험개발원이 최근 반려동물 진료비 분석 자료 등을 기초로 펫보험 참조순보험료율을 산출해 공개한 게 촉매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참조순보험료율이란 보험개발원이 보험사들의 경험 통계 등을 기초로 산출한 업계 평균 보험료율을 말한다. 매년 손해율이 들쭉날쭉해 통계요율 산출에 어려움을 겪던 보험사들은 그간 반려동물 보험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했다. 지난해 기준 국내 보험사(삼성화재·현대해상·롯데손해보험)의 펫보험 총 보유계약 건수는 2,638건, 원수보험료는 9억8,000만원에 불과했다. 이번 기회로 보험사 자체 통계가 부족했던 중소형사들까지 가세하면서 시장 확장에 힘을 실을 수 있게 됐다.
더구나 전 세계적으로 펫보험 가입률을 비교하면 영국은 20%, 미국 10%, 일본 8% 정도지만 한국은 0.2% 그쳐 성장성이 크다. 손해보험사 시장 포화로 고민 중인 보험사들로서는 펫보험 시장이 새로운 시장이 되기에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전보다 시장이 커지고 있지만 넘어야 할 산도 있다. 진료를 받는 동물이 보험 대상인지 여부를 확인하는 피보험동물 식별문제나 동물병원의 표준 진료비가 부재한 것은 시장을 성숙시키는 데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요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펫보험 시장이 선진국처럼 커지기 위해서는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있다”며 “등록제 활성화를 위해 프랑스 등 선진국처럼 반려동물 내장형칩 등록을 의무화하거나 진료수가 공시제 등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민정기자 jeong@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