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대우(006800)가 도이치뱅크 등 글로벌 투자은행(IB)과 공동으로 미국 셰일가스 개발 사업에 투자한다.
1일 IB 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는 미국 텍사스주에 있는 셰일가스 분해설비와 운송시설 건설 사업에 UBS·도이치뱅크와 총 7,300억원 규모의 금융주선을 한다. 미래에셋대우는 이 가운데 1,800억원을 총액 인수한 뒤 NH아문디자산운용과 펀드를 조성해 국내 투자자를 모집, 판매할 계획이다. UBS와 도이치뱅크도 4,500억원을 선순위로 투자한다. 설비와 시설의 지분은 글로벌 자산관리기업인 아레스(ARES)가 9,100억원 규모를 투자해 확보한다.
선순위 담보대출로 금리는 7%대 중반이고 투자 기간은 7년이다. 미래에셋대우는 기관투자가 등을 모집할 뿐만 아니라 직접 자기자본 투자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에셋대우가 투자하는 셰일가스 분해설비는 미국 텍사스주 퍼메인 분지에서 진흙(셰일)이 굳은 암석층에 분포한 셰일가스를 뽑아낸 뒤 이를 액화천연가스(LNG)로 만들 때 나오는 천연가스액화물(NGL)을 화학공업단지 등 미국 내 수요처에 공급하는 사업이다. 최근 글로벌 석유화학 업체들은 셰일가스에서 뽑아낸 천연가스액화물에서 에탄을 분해해 에틸렌을 만드는 에탄 크래커 설비 프로젝트를 경쟁적으로 만들고 있다.
미래에셋대우 등은 건설과정에 필요한 자금을 대는 대신 셰일가스 운송에 따른 사용료를 배당금으로 받는다. 미래에셋대우는 원유보다 천연가스액화물을 원료로 하는 에틸렌 생산단가가 낮아 최근 미국 내 화학업체를 중심으로 관련 수요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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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국내 인프라 투자 업계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미국 투자 붐이 일었다. 트럼프 정부가 노후된 미국에 에너지 설비에 대대적인 투자사업을 활성화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인프라 투자 업계에서는 미래에셋대우가 아예 신규 설립부터 참여한다는 점에서 이례적인 투자로 보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신규 설립 투자에 따른 위험요소를 줄이기 위해 최소한의 수익보장 장치를 설정했다. 글로벌 석유화학 기업인 브리티시석유회사(BP)가 일정 이상 수요를 책임지기로 한 것이다. BP는 1억배럴을 이 시설을 통해 공급받는 데 최소 6,000만배럴은 무조건 보장하기로 했다. 에너지 인프라 투자의 가장 큰 취약점인 자원 가격 변동에도 꾸준한 수요를 확보한 셈이다.
다만 달러 환율 변동으로 최근 국내 투자 업계에서 미국 투자에 소극적으로 돌아선 분위기는 사업에 악재다. 기관투자가들은 달러 가치 하락으로 달러 투자시 환헤지를 해야 하는 데 이 경우 1.5%포인트의 수익률 하락 효과가 있다고 보고 있다. 즉 7%대 수익사업에 투자해도 원화로 환산하면 5% 중반으로 내려가는 것이다.
미래에셋대우가 글로벌 IB와 손을 잡기는 했지만 대출성 투자를 주선하는 것으로 가장 고도의 투자에 해당하는 지분투자는 아니라는 점에서 국내 IB의 한계라는 지적도 있다. 글로벌 IB 관계자는 “투자의 처음부터 미래에셋대우가 참여한 게 아니라 글로벌IB가 조성한 사업에 미래에셋대우는 가장 안전한 투자처에 투자자를 확보하는 역할”이라고 평가했다.
/임세원·강도원기자 wh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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