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체격이 비슷한 서양인에 비해 췌장이 작아 인슐린 분비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당뇨병에 잘 걸린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20세 이상 한국인 중 당뇨병 환자는 10%(400만명 추산)에 이른다.
27일 분당서울대병원에 따르면 임수 내분비내과 교수팀은 체격이 비슷한 30대 한국인·서양인 각 43명의 췌장 부피, 췌장 내 지방함량과 췌장 베타세포의 인슐린 분비능, 당 대사능을 측정해 이런 결론을 도출했다.
임 교수팀이 컴퓨터단층촬영(CT)으로 췌장의 부피를 측정했더니 한국인의 췌장은 서양인보다 12.3% 작아 당뇨병 발생에 가장 중요한 췌장 베타세포의 인슐린 분비능이 36.5% 떨어졌다.
반면 췌장에 침착된 지방의 양은 서양인보다 22.8% 많았다. 췌장 지방이 많으면 지방세포에서 분비하는 염증유발 물질(사이토카인)과 혈관 활성화 물질 등이 베타세포를 감소시키고 췌장의 기능을 떨어뜨려 혈당 조절이 어려워져 당뇨병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
공복혈당, 당화혈색소와 혈중 콜레스테롤·중성지방 수치는 두 그룹 간에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한국인과 서양인의 췌장 부피와 기능을 비교해 한국인에게 당뇨병이 호발하는 원인을 세계 처음으로 밝혀낸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당뇨병·비만·대사’(Diabetes, Obesity and Metabolism)에 발표됐다.
임 교수는 “한국인이 서양인보다 덜 먹고 덜 비만한데도 국내 당뇨병 환자가 늘고 있는 원인에 대해 새로운 근거를 제시했다는 데 이번 연구의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당뇨병은 인슐린을 만드는 췌장 베타세포의 기능저하, 인슐린 저항성 증가라는 두 가지 기전을 통해 발생한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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