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연일 연중 최고점을 돌파하며 달러 자산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이 뜨겁다. 달러화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달러환매조건부채권(RP)이나 상장지수펀드(ETF) 등 수시 입출금이 가능한 달러 상품에 단기 수익을 노리는 ‘스마트 머니’가 몰리고 있다. 국내 증시의 조정이 계속되면서 달러 가치 상승에 베팅하는 상품이 재테크 시장을 달구는 분위기다.
2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50전 오른 1,133원70전에 거래를 마쳤다. 글로벌 달러 강세의 영향으로 원화 가격은 종가 기준으로 사흘째 연중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원·달러 환율은 최근 한 달간 가파르게 상승하며 투자자들에게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9월28일 1,148원으로 최고점을 찍은 원·달러 환율은 이후 단기 급락했다가 지난 6월 초까지는 1,050~1,090원 안팎에서 움직였다. 이 시기에는 달러가 다시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에 단순히 원화를 팔아 달러화를 사거나 보유한 달러를 정기예금에 넣는 보수적인 투자자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 박스권을 유지하던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자 투자자들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김도현 한국투자증권 영업부 센터장은 “단기 급등에 따른 차익실현 문의도 늘고 있지만 신규 투자에 대한 문의도 많이 늘었다”고 전했다. 원·달러 환율이 연중 최고점을 돌파하고 있음에도 달러 관련 상품 투자 문의는 오히려 늘었다. 증시 조정이 지속되면서 상대적으로 강세 흐름이 이어지는 달러화에 베팅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현성훈 대신증권 강남대로센터 프라이빗뱅커(PB)는 “미국의 중간선거 전까지는 불확실성이 큰 ‘트럼프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포트폴리오에 달러 관련 상품을 보유하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달러 투자자들은 원·달러 환율이 1,150~1,200원 사이에서 움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여전히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는 의미다.
그중에도 달러RP가 인기가 높다. 달러RP는 증권사가 보유한 달러표시 채권을 유동화한 것으로 최고 연 2%까지 이자수익을 챙길 수 있다. 환율 상승에 따른 환차익도 가능하고 이자소득세(15.4%)는 내야 하지만 환차익에 대해서는 비과세 혜택이 있다. 수시 입출금이 가능한 만큼 단기 급등한 원·달러 환율이 조정을 받게 될 것을 대비해 넣어두는 수요가 많은 편이다. 김 센터장은 “기존 달러 보유자들은 수시로 입출금이 가능한 달러RP를 비롯한 수시 입출금 예금 등에 넣어뒀다가 환율 변동에 따라 움직임을 가져가는 흐름”이라고 말했다.
대신증권의 달러RP 잔액은 올해 5월 9,232만달러까지 줄었다가 6월 1억100만달러, 이달 20일 현재 1억1,166만달러까지 증가하고 있다. 현 PB는 “5월께부터 들어온 달러 투자 수요는 1,150원을 기준으로 보면 6~7% 정도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며 “환율 상승 추이 등을 감안할 때 그 시기(원·달러 환율 1,150원)까지는 달러RP 수요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달러 ETF도 단기 투자 대안으로 각광받고 있다. 소액 투자가 가능하고 주식 거래처럼 쉽게 사고팔 수 있어 고액자산가들뿐 아니라 일반투자자도 투자가 용이하다. 이달 18일 기준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삼성KODEX미국달러선물레버리지’는 연초 이후 11.64%의 수익률로 전체 달러 ETF 중 가장 높은 성과를 보였다. ‘미래에셋TIGER미국달러선물레버리지ETF(11.56%)’와 ‘키움KOSEF미국달러선물레버리지ETF(10.93%)’ 등 달러 선물 지수 일간 수익률의 2배를 추종하는 ETF 상품들이 수익률 상위권을 차지했다. 레버리지 상품이 아닌 ‘삼성KODEX미국달러선물ETF(6.36%)’와 ‘키움KOSEF미국달러선물ETF(6.21%)’도 6%대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일부 공격적인 투자자들은 보유한 달러로 우량한 미국 주식을 직접 투자하기도 한다. 미국 증시의 강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해서다. 이 같은 달러 투자에도 전문가들은 ‘몰빵’ 투자보다는 포트폴리오의 일부로 달러 자산을 가져가는 것이 좋다고 입을 모았다. 현 PB는 “달러 상품은 포트폴리오의 일부로 시장에 대한 헤지성으로 들고 있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정치적 변수나 정책 변동 등에 따라 변동이 큰 만큼 환율을 예상한 투자는 쉽지 않다”고 조언했다.
/김광수기자 bright@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