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도 주변 공기와 호흡하며 숨을 쉰다. 상품별로 정도 차이는 있지만, 수확 이후 껍질이 마르거나 변색되고 과육이 물러지며 상품성이 떨어진다. 물론 키위처럼 사시사철 수입이 가능한 과일은 언제나 외산으로 대체 가능하다. 또 가을 수확기 최고의 품질일 때 냉장창고에 저장해 사실상 1년 내내 먹는 사과·배도 마찬가지. 하지만 포도·수박 같은 물 많은 과일은 저장기간이 짧아 수확을 미루거나, 저장 일주일 내 출하하는 게 고작이다.
그 가운데 이번 애플수박의 성과는 롯데마트에게는 아주 고무적이다. 당장 2주간의 저장으로도 시세 차익이 크다. 최근 집중호우·폭염이 이어지며 수확 작황이 나빠지며 산지 시세가 껑충 뛰었기 때문이다. 수분이 많아 시원한 수박은 대표적인 여름 과일로, 매년 6~7월이면 현지 출하량과 맛이 절정에 이르는 ‘가성비 갑’ 과일이다. 하지만 수분이 많은 과일인 이상 폭염·장마에 쉽게 품질이 무너지는 것이 최대 단점.
실제 가락시장에서는 10㎏ 수박 한 통이 지난 11일 1만 1,000원 대에서 17일 2만 원을 넘겼다. 한 주 새 80% 이상 오른 것으로,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시세 기준으로도 38% 올랐다. 대표 행사상품인 수박 가격을 쉽게 올릴 수 없는 대형마트 입장에서는 속이 바짝바짝 타들어 가는 시점이지만, 롯데마트는 다소간 여기서 벗어난 셈이다.
나아가 신선품질혁신센터는 애플수박 저장기간을 한 달로 늘리는 시험도 거의 성공단계다. 수박 꼭지가 약간 마르지만, 과육 품질에 이상이 없는 수준까지 왔다. 또 포도·브로콜리 등에 대한 시험도 진행 중이다.
이같은 다양한 저장실험이 가능한 것은 다양한 조건으로 여러 제품에 대한 실험을 진행할 수 있는 8개의 ‘테스트 챔버’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챔버 별로 시험하는 산소·질소·이산화탄소·온도·습도는 절대 대외비다. 센터장과 관리팀장, 엔지니어 셋만 정확한 수치를 알고 있을 정도다. 국내에서 이 같은 시설을 갖춘 곳은 롯데마트 뿐이다.
롯데마트는 그간 총면적 5만 6,198㎡에 900억 원을 투자해 지난 3월부터 신선품질혁신센터 가동을 시작했다. 산지에서 매장까지 이어지는 전 과정에 박스·파레트·컨테이너 별로 부착된 센서와 바코드를 통해 이력관리가 이뤄진다. 현재 한우·돼지고기 등 육류를 취급하는 미트센터는 전국 매장 물량의 90%를 전담하고 있고, 농산물 역시 이미 지난봄 사과를 출하해 좋은 반응을 얻은 바 있다.
최지용 팀장은 “초기 설비투자에 큰돈이 들지만 실제 운영은 통상적인 냉장창고 수준의 비용이면 된다”며 “산지 작황과 품질이 좋은 시점에 대량 저장해 순차적으로 매장에 공급하면 저렴하고 좋은 과일을 선보일 수 있고 매장 전체로도 마케팅효과를 낼 수 있어 기대가 크다”고 강조했다. 롯데마트는 이번에 출하되는 ‘CA 애플수박(1.5㎏ 내외)’ 1통에 4,900원, 2통 이상 구매 시 각 1,000원씩 할인된 3,900원에 판매한다.
/이재유기자 030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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