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대기업과 거리를 둬왔던 산업통상자원부가 정책변화를 예고했다. 백운규 산업부 장관은 취임 이후 대기업과 첫만남을 가진 뒤 집무실에 대기업 애로사항 상황판을 만들고, 이달 말엔 대기업 투자의 물꼬를 틀 규제혁신 토론회를 열겠다고 약속했다. 삼성 등 대기업들은 “투자확대를 준비하고 있다”며 화답했다.
백 장관은 16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12대 기업 최고경영자(CEO)와 간담회를 열고 대기업 투자 활성화와 일자리 확대 방안 등을 논의했다.
이날 간담에서 백 장관은 “투자와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업인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며 “기업들의 기를 팍팍 살려주겠다”고 강조했다. 백 장관이 주요 대기업 CEO를 한 자리에서 만나 지원을 약속한 것은 취임 이후 처음이다.
주요 대기업 CEO들은 근로시간 단축 등과 규제개선 등의 애로사항을 쏟아 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많은 기업이 근로시간 단축 문제를 애로사항으로 얘기했다”며 “탄력적 근로시간제 개선은 (산업부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7월 업종별 실태조사 한 뒤 고용부와 잘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백 장관은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비롯한 주요기업의 애로사항을 ‘리스트 업’한 상황판을 집무실에 마련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애로사항 해소와 관련해 직접 진도를 챙기겠다는 것. 이와 관련해 산업부는 12대 기업과의 간담회를 정례화하고 ‘민관 실무 워킹그룹’을 구성해 후속조치를 논의할 계획이다.
규제 개선에도 속도를 낸다. 백 장관은 이달 말 ‘규제혁신 토론회’를 주재해 5대 신산업 분야를 중심으로 규제 혁신에 적극 나설 뿐만 아니라, 입법이 필요한 사항은 국회를 설득하겠다고 밝혔다.
삼성 등 대기업도 투자 확대에 적극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이날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은 “(투자·일자리 확대 규모는) 봐야 하겠지만,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9일 문재인 대통령은 인도 노이다 휴대전화 신공장 준공식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나 “한국에서도 더 많이 투자하고 일자리를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고, 이 부회장은 “더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답한 바 있다.
시장에서는 삼성이 하반기 공채 규모를 늘리는 것을 비롯해 5세대(5G) 이동통신장비 분야 대규모 투자 등을 단행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신장비의 경우 정부가 내년 3월 세계 최초 5G 상용화 성공을 목표로 내걸고 있는 만큼 해당 분야에 선물 보따리를 내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기아차, 두산, 롯데, 이마트, 포스코, 한화, 현대중공업, CJ대한통운, GS 사장, LG화학 사장, SK이노베이션 등 주요업종을 대표하는 기업의 CEO가 참석했다.
/세종=김상훈기자 한재영·박형윤기자 ksh25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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