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의 불똥이 가전산업으로도 튀고 있다. 가전업계는 일단 여파가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중국에서 만들어 미국으로 나가는 물량이 많지 않은데다 TV는 최근 우여곡절 끝에 관세 부과 리스트에서 빠졌기 때문이다. 다만 냉장고 등 일부 가전이 여전히 관세 예비 품목에 올라 있고 무역분쟁 수위도 고조되고 있어 사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표 가전인 TV의 경우 40인치 LCD TV가 지난 4월 미국이 발표했던 25%의 관세를 매길 1,300여종에 포함됐지만 이달 초 최종 리스트에서 제외됐다. 국내 업체로서는 가슴을 쓸어내리게 된 셈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미국으로 나가는 TV 가운데 중국에서 만드는 제품의 비중이 전체의 5~6%(판매 대수 기준)다. 미국 수출 물량의 대부분은 멕시코에서 만든다. 더구나 미국 판매 주력 모델은 50인치·60인치다. LG전자도 삼성과 사정이 거의 흡사하다. 중국산 비중이 크지 않고 미국에서 팔리는 주력 모델도 아니라 실제 TV가 관세를 맞게 됐을 경우에도 타격이 크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관세 부과가 현실화됐다면 중국 생산 물량의 조정 등이 불가피했던 만큼 급한 불은 껐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가전업계의 한 관계자는 “TV에 관세를 부과할 경우 현지 소비자에게 부담이 곧바로 전가되는 점 등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안심하기는 이르다. 미국이 이달 추가로 10%의 관세를 때릴 2,000억달러 규모(6,031개 품목)의 중국 제품에 냉장고 등이 들어가 있는 탓이다. 관세 부과가 최종 결정되는 시기는 공청회 등을 거친 후인 9월께 정도다. LG전자의 경우 미국으로 수출하는 물량 중 중국에서 나가는 비중이 20%(금액 기준)에 달한다. 비중이 만만치 않다. LG전자는 내부적으로 여러 대응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도 중국에서 미국으로 나가는 냉장고의 비중이 한자릿수 수준은 된다. /이상훈기자 s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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