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 부회장은 오는 16일 LG의 지주회사인 ㈜LG 이사회를 통해 ㈜LG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이후 ㈜LG 대표이사에 올라 구 회장 체제의 조기 안착을 지원하게 된다. 시장에서는 권영수·하현회 부회장 간에 자리를 바꾸는 ‘원포인트’ 인사를 계기로 LG가 연말 대규모 인사와 조직 개편에 나설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보고 있다. 핵심 포스트에서 젊은 리더가 대거 중용되는 한편 6인 부회장 중 일부가 낙마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LG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인적 쇄신 차원의 대대적 물갈이보다는 LG 특유의 보수적 경영 DNA로 상대적으로 더뎠던 세대교체를 통해 조직에 활기와 변화를 주입할 것으로 본다”며 “구 회장으로서는 젊고 유능한 경영자를 발탁해 신구 조화를 꾀하면서 자신만의 경영 색깔을 입히려고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주사 부회장·인사팀장 교체…“변화 시작됐다”=“지난 6월 말 ㈜LG 이사회가 구 회장 체제의 출범을 공식화했다면 부회장 교체는 대규모 인사를 예고하는 일종의 ‘서막’ 아닐까요.”
재계의 한 고위 임원은 이번 인사가 구 회장 체제에서 갖는 의미를 이렇게 풀었다. 그는 “4세 경영 출범 보름여 만에 부회장 이동이라는 이례적 인사가 단행되는 만큼 LG 그룹이 변화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각각 ㈜LG와 LG유플러스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권 부회장, 하 부회장은 모두 전자·디스플레이 등 핵심 계열사를 두루 거쳤다. 파격적 인사의 이유를 경력에서만 찾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더구나 하 부회장은 구 회장과 손발을 맞춰본 경험도 있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구 회장은 ‘변화를 통한 새판짜기’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해석된다. 4대 그룹의 한 임원은 “총수가 바뀐 만큼 조직 변화는 필수고 인물 교체가 관건”이라며 “미래 먹거리 발굴, 계열사 총괄 관리 등에 새 관점을 수혈하고자 했을 것”이라고 짚었다.
최근 이명관 LG화학 부사장이 ㈜LG의 인사팀장도 겸임하도록 조치한 것도 눈에 띈다. 이 자리가 LG그룹 전체 인사를 총괄하는 만큼 구 회장 체제를 이끌 핵심 인력 선별작업이 물밑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음을 의미한다는 지적이다.
◇큰 폭 후속 인사·조직 개편 무게=시장에서는 구광모 체제가 그룹 차원의 좌표 재설정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LG전자만 해도 만년 적자인 스마트폰 사업 개선이 절실하고 LG디스플레이는 중국의 물량 공세로 ‘턴어라운드’라는 난제를 떠안았다. 로봇·AI 등에 대한 투자 속에서도 통 큰 베팅은 드물어 미래 캐시카우도 미흡하다. 권 부회장도 미래 성장동력 마련이 시급하다고 인정했다. 그런 만큼 조직 변화는 불가피하다. 더구나 갑작스러운 취임 후 구 회장의 행보를 보면 조기에 조직을 장악하겠다는 의지도 강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번 부회장 교체가 결국 대규모 인사와 조직 개편으로 연결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재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파격은 또 다른 파격을 낳을 수밖에 없다”며 “미래 청사진을 그리면서 육성이나 보완이 필요한 사업 부문의 격을 높이는 식의 작업이 뒤따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른 임원도 “지난 연말 재계에 거세게 불었던 세대교체 바람을 비켜간 게 LG”라며 “달리 보면 젊은 총수의 등장으로 세대교체 수요도 커질 수 있어 연말 인사 폭이 클 가능성이 농후해졌다”고 말했다.
인사 시기는 엇갈린다. 11월 말~12월 초 정기 인사에 무게를 두는 시각이 있는 반면 깜짝 원포인트 인사처럼 인사 시점이 당겨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부회장도 일부 물러나나=재계에서는 6인의 부회장단 체제도 일부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부회장 중 일부가 고문 등으로 물러나고 새 경영진이 구 회장을 보좌할 가능성이다. 이번에 지주사 부회장이라는 중책을 맡은 권 부회장의 경우 부회장 중에 1957년생으로 가장 나이가 적다. 지난 연말 인사에서는 실적 호조로 5명(하현회 부회장은 승진 인사)의 부회장이 세대교체 파고를 어렵사리 넘긴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부회장을 싹 바꾸는 식의 변화는 어렵겠지만 1~2명 정도의 교체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예상했다. 다른 관계자는 “LG가 특별히 내부적으로 인사 적체가 심한 편이 아니라 세대교체 수요가 많지는 않다”면서도 “하지만 경륜과 패기의 조화를 꾀하는 차원에서 부회장 면면이 달라질 여지도 있다”고 봤다.
/이상훈·신희철기자 shlee@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