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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美 엠팩 7,000억대 인수] 바이오·제약 생산 삼각체제 구축…"이젠 글로벌서 싸울만 하다"

美 생산시설 갖춘 기업 통째 인수

영향력 큰 美 시장서 경쟁력 확보

최태원 회장 30년째 바이오 투자

2022년 위탁생산 글로벌1위 노려





12일 전격적으로 발표된 SK(034730)㈜의 미국 엠팩 인수는 바이오·제약을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는 SK그룹에 질적·양적 도약의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잇따른 인수합병(M&A)을 통해 글로벌 기업과 경쟁이 가능할 정도로 규모가 커진 것은 물론 유럽에 이어 미국에서 전진기지를 확보함으로써 글로벌 삼각 생산체제도 갖추게 됐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글로벌 종합제약사를 꿈꾸며 30년 가까이 통 큰 투자를 아끼지 않았던 노력이 서서히 결실을 거두는 모습이다.

지난해 SK㈜는 국내 기업으로는 최초로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의 아일랜드 생산시설을 통째로 인수했다. 이 투자를 통해 SK㈜는 글로벌 의약품의 핵심 시장인 유럽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으며 글로벌 제약사들에 위탁개발 및 생산업체(CDMO)로서 SK라는 기업을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이번 엠팩 인수도 비슷한 맥락이다. 미국에 생산시설을 갖춘 기업을 통째로 인수하면서 미국 주요 지역의 생산시설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특히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추세가 의약품에도 적용되면서 미국 내 생산기지 확보로 미국 의약품 시장에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는 평가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바이오·제약 시장에서 미국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미국에서 소비되는 의약품은 자국에서 생산해야 한다는 기조의 규제 강화가 지속하는 만큼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SK㈜의 의약원료 생산능력과 마케팅 역량이 비약적으로 확대되면서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이 가능한 힘을 갖추게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현재 SK㈜의 의약원료 생산능력은 국내 32만ℓ, 아일랜드 8만ℓ로 총 40만ℓ 규모지만 엠팩 인수 후에는 당장 100만ℓ 규모로 늘어나게 된다. 엠팩 스스로 글로벌 대형제약사들과 20년 이상 장기간에 걸친 파트너십을 맺어 고도의 기술력과 품질관리를 요구하는 의약품을 생산하는데다 ‘블록버스터’가 기대되는 다수의 단독·우선 공급자 지위를 확보하는 만큼 앞으로 SK의 바이오·제약사업에 ‘플러스’가 될 것으로 보인다. SK㈜ 관계자는 “엠팩의 생산규모를 고려할 때 오는 2020년 이후 생산 규모가 글로벌 최대인 160만ℓ급으로 늘어나게 된다”며 “엠팩의 뛰어난 생산관리 능력 역시 SK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번 인수로 기존 한국과 아일랜드 공장에 미국의 생산기지까지 확보하면서 의약품 핵심 시장인 아시아·유럽·북미 지역 모두 연구개발(R&D)·생산·마케팅 조직을 확보하게 된 것도 SK㈜에는 중요한 의미다.



엠팩 입장에서도 이번 인수가 긍정적이다. 실제로 글로벌 사모펀드와 CDM 기업들도 엠팩 인수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엠팩의 선택은 바이오·제약 투자를 지속하고 시너지가 발휘될 수 있다고 생각한 SK였다. 이 과정에서 SK가 지난해 인수한 아일랜드 스워즈 공장이 인수 1년 만에 성공적으로 조기 정착할 수 있었던 것이 장점으로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SK 관계자는 “SK는 당뇨·간염 치료제에 쓰이는 원료의약품을 대형 글로벌 제약사에 공급해 장기간 신뢰를 구축해왔으며 세계 최초로 양산화에 성공한 ‘저온연속반응’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며 “엠팩과의 시너지를 통해 2022년 기업가치 10조원 규모의 글로벌 선두 CDMO로 도약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이번 인수로 최 회장의 오랜 목표 중 하나였던 SK의 글로벌 종합제약사로서의 도약도 결실을 거두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최 회장은 1993년부터 당장 성과가 보장되지 않는 바이오·제약 사업에 지속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그 결과 SK바이오텍의 잇따른 글로벌 의약품 제조 기업 인수는 물론 혁신 신약 개발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최근 SK바이오팜은 독자 개발한 혁신 신약인 뇌전증 치료제(Cenobamate)가 성공적으로 3상 막바지에 접어든 것은 물론 연내 미 식품의약국 FDA 신약승인신청(NDA)을 눈앞에 두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제약은 성공하면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지만 과정이 너무 길고 투입된 자본도 적지 않아 보통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며 “당장 성과가 보이지 않는데 투자를 계속하도록 결정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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