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1년부터 자연임신과 네 번의 시험관시술로 여섯 차례 임신했지만 매번 유산의 아픔을 겪은 48세 김모씨는 지난해 10월 자연임신에 성공했다. 또 유산할까 노심초사했지만 지난 3일 3.4㎏의 건강한 딸을 낳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결혼 9년 만이다. 32세에 첫 유산 후 유명 산부인과 병원 2곳에서 일곱 차례의 난임시술(인공수정 3회, 시험관시술 4회)을 받았지만 번번이 실패했던 결혼 6년차 양샛별(36)씨는 지난 5월 자연임신으로 3.2㎏의 건강한 아들을 출산했다.
11일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에 따르면 2016년 국내 첫 도입한 자연임신요법인 나프로임신법의 도움을 받아 지난해 3월부터 지금까지 17개월 동안 총 20명의 ‘난임시술 실패 후 자연임신 아기’가 태어났다. 첨단 과학·의술로 ‘무장’한 고가의 난임시술도 못한 일을 자연임신요법이 이뤄낸 것이다.
나프로임신법은 40여년 전 미국인 산부인과 의사 토마스 힐저스가 개발하고 미국 교황바오로6세연구소가 체계적으로 발전시킨 자연임신요법. 나프로는 자연적 임신·가임력(natural procreation)의 합성어. 나프로임신법은 여성 스스로 질 점액을 관찰해 배란관련 호르몬 변화를 감지, 최적의 가임기간에 자연임신을 할 수 있는 몸과 마음 상태를 갖게 도와준다.
여섯 차례나 유산한 김씨는 나프로 관찰 결과 황체호르몬(프로게스테론) 분비가 부족하고 남편의 단백질을 이종(異種) 단백질로 여겨 면역반응이 일어나 수정란·배아의 자궁내막 착상 등에 어려움이 있었다. 보통 14일 안팎인 배란후기 기간이 너무 짧으면 황체호르몬 분비량과 작용기간에 안 좋은 영향을 미쳐 난임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이영 여의도성모병원 나프로임신센터 소장(산부인과 교수) 등 의료진은 황체호르몬 보충으로 유산 위험 극복을 도왔다.
나프로임신센터는 지금까지 3개월 이상 교육·관찰과정을 유지한 178명의 여성 중 52명(3명은 유산 후 재임신)이 55차례 임신해 30.9%의 임신 성공률을 보이고 있다. 김씨는 “임신할 때마다 따라다녔던 유산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이 매우 컸는데 내 생애 최고의 선물을 받아 기쁘다”면서 “병원에 오지 않는 날 나프로 전담간호사의 안부 전화, 임신 중 궁금한 점에 대한 상담이 임신 유지에 많은 도움이 됐다”고 했다. 양씨는 “여러 차례의 난임시술에도 볼 수 없었던 임신진단키트의 두 줄(임신)이 처음 보였을 땐 믿기지 않았다. 세상에 태어나서 한 일 중 가장 보람된 게 아기를 낳은 것”이라며 “많은 분들이 나프로를 통해 간절히 원하던 아기를 만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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