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강화로 주택담보대출을 받기 어려워진 서민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신용대출을 늘리고 있는 건데 대출금리가 상승일로에 있어 잠재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한국은행의 ‘2018년 6월 금융시장 동향’을 보면 지난달말 가계의 기타대출 잔액은 206조3,000억원이었다. 올해 들어 10조6,000억원이 늘었다. 기타대출은 주택담보대출 외 대출로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이 주를 이룬다.
상반기 기타대출 증가폭은 지금과 같은 기준으로 통계를 만든 2008년 이후 가장 큰 것이다. 2014년 상반기 9,000억원 늘었던 기타대출은 2015~2016년 각각 4조6,000억원 늘어 증가폭을 키웠고 지난해는 6조1,000억원까지 커졌다. 올해는 지난해 상반기보다도 4조원 넘게 증가폭이 커졌다.
반면 주택담보대출은 1~6월 14조4,000억원 늘어 지난해 같은 기간(16조9,000억원)보다 증가 속도가 줄었다. 주택담보대출 수요가 기타대출로 옮겨가는 현상이 뚜렷하다. 신(新) 총부채상환비율, 총체적상환능력비율 등 규제가 세진 데 따른 ‘풍선효과’로 분석된다.
주택담보대출이 줄었지만 기타대출 증가폭이 더 커 전체 가계대출은 지난해 상반기(23조1,000억원)보다 2조원 가까이 많은 24조9,000억원 늘었다.
문제는 기타대출은 이자가 높고 만기가 짧아 서민들의 빚 상환 부담이 크다는 점이다. 한은에 따르면 신규취급액 기준 신용대출금리는 지난해 8월 3.78%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이후 계속 증가해 지난 5월 4.56%까지 치솟았다.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은 3.28%에서 3.49%로 오르는 데 그쳤다.
한은 내부에서도 기타대출 급등세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은이 지난 6일 공개한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6월 20일)을 보면 한 금통위원은 “만기가 상대적으로 짧은 신용대출 등이 늘어나고 있어 금융안정 관련 잠재리스크가 쌓이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대출은 중소기업 위주로 증가하는 경향이 계속되고 있다. 올 상반기 중소기업 대출은 21조1,000억원 늘어 전체 기업대출 증가액(25조원)의 84.4%를 차지했다. 지난달만 봐도 대기업은 3조3,000억원 대출이 줄어든 반면 중소기업은 2조4,000억원 늘었다.
다만 중소기업 대출 가운데 개인사업자 비중이 크다는 점은 불안 요소로 꼽힌다. 올해 상반기 개인사업자 대출은 13조3,000억원 늘어 중소기업 대출의 63.0%에 이르렀다. 지난달에도 중소기업 대출 증가액 2조4,000억원 가운데 2조원이 개인사업자 대출이었다.
/서민준기자 morand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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