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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경제] 다음주 보유세 개편 5개 시나리오 공개…‘세율·가액비율’ 인상 등 포함

재정특위, 21일께 토론회서 보유세 개편 4~5개 시나리오 제시

공정시장가액비율 상향·세율 인상 등 포함

공시가격 산정 방법 개선 통한 현실화는 추후 검토 과제로

28일쯤 개편 단일안 확정해 발표





정부의 부동산 보유세 개편안이 다음주 공개된다. 오는 21일께 열리는 보유세 관련 토론회를 통해서다. 개편안은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지난 4월부터 약 2개월간 작업한 결과물이다. 증세의 수위에 따라 최근 안정 흐름을 보이고 있는 부동산 시장에도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단일안 아닌 4~5개 복수안 제시…세율 인상안도 포함=다만 다음주 발표될 개편안은 시장의 기대 눈높이보다는 낮을 수 있다. 1가지 안이 아닌 4~5가지 시나리오가 제시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재정특위 관계자는 “최대한 국민의 의견을 많이 수렴해 조세 개혁을 추진한다는 특위의 목적에 따라 몇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한 뒤 가장 지지를 많이 받고 현실화 가능성이 높은 안으로 결정하려 한다”고 말했다.

시나리오에는 우선 종합부동산세에 대한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높이는 방안이 담긴다. 재산세와 종부세 등 보유세는 공시가격에서 일정 금액을 공제하고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곱해 세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이 비율이 재산세는 60%, 종부세는 80%다. 고가 주택을 보유한 자산가까지 공정시장가액비율로 배려해주는 건 형평성이 맞지 않다는 지적이 많았다. 특위 안에서도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 상향은 불가피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다만 상향 방법은 90%까지만 올리는 방안, 100%까지 올려 사실상 폐지하는 방안, 90% → 100% 등 단계적으로 올리는 방안 등 여러 안을 제시해 국민의 의견을 들을 예정이다.

과세표준(과표)과 세율을 조정하는 방안도 포함된다. 세율 인상은 본격적인 증세를 뜻한다. 특위 논의 과정에서 “최근 부동산 시장이 서울과 수도권 등도 안정화 추세여서 본격 증세까지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왔으나 지금은 세율 인상을 배제하는 것은 특위 목적에도 맞지 않는다는 의견이 우세한 상황이다. 특위의 임무는 조세 정의 실현 차원의 개혁을 추진하는 것인데 가변적인 시장 상황에 따라 수위를 조절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과표와 세율 조정은 주택뿐 아니라 토지까지 아우른다. 현재 주택 종부세 세율은 0.5~2.0%이며 토지는 0.75~2.0%(종합합산 대상 기준)이다. 세율 인상 수준에 대해서는 특위 위원 사이에서 다양한 의견이 많아서 역시 복수안으로 제시하기로 했다.

세율을 올리면 다주택자뿐 아니라 1주택자도 영향을 받게 된다. 이때 1주택자에 대한 배려를 추가로 해줄 것인지 여부도 특위 내 논쟁이 치열했다. ‘1주택자는 실소유자일 가능성이 높은 만큼 공제액(9억원) 상향 등으로 세 부담을 낮춰줘야 한다’는 의견과 ‘강남의 똘똘한 한 채 논란에서 보듯 1주택자도 투기 수요가 있는 만큼 별도의 배려는 필요없다’는 의견이 맞섰다. 특위는 1주택자에 대한 세 부담 완화 문제도 시민들과의 토론을 거쳐 결정하기로 했다.



◇공시가격 현실화는 추후 검토 과제로=특위에서는 공시가격 현실화가 시급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부동산에 대한 세 부담이 낮은 이유는 1차적으로 공시가격이 시세를 한참 밑도는 데 있기 때문에 이를 대폭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아파트 공시가격의 시세반영률은 65~70%, 단독 주택은 50~55% 정도다.

시세반영률이 낮은 이유는 시세가 수시로 변하기 때문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공시가격을 산정하는 방식에 있다. 한국감정원과 국토교통부는 공시가격을 정할 때 이른바 ‘90% X 80%’룰을 적용한다. 처음 조사한 주택 가격이 시세의 90~110% 정도라면 가급적 시세 하한을 선택한다. 이 과정에서 시세의 90% 정도가 추출된다. 여기에 추가로 80%의 공시비율을 곱한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시세는 시시각각 변하는 반면 공시가격은 1년에 한 번 산정하는 것이어서 공시가격에 여유 공간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공시가격을 조사할 때는 시세가 10억원이었더라도 1년 안에 2~3억원이 떨어질 수 있는데 공시가격을 시세 그대로 정하면 세금을 지나치게 많이 내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최근 공시가격 산정 때 여러 단계의 완충 장치를 두는 것은 자산가들에 대한 지나친 배려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이란 별도의 배려가 있는데 공시가격 자체도 깎아주는 것은 이중 특혜라는 얘기다. 공시가격 산정 방법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올해 들어 공시가격이 예년보다 많이 올랐지만 이는 실제 시세가 많이 올랐기 때문이지 산정 방법 자체를 바꾼 것은 아니었다. 국토부 관계자는 “산정 방법을 바꾸진 않았기 때문에 시세반영률은 지난해나 올해나 큰 변화는 없다”고 전했다.

문제는 공시가격의 파급력이다. 공시가격은 종부세뿐 아니라 재산세, 취득세, 상속세, 건강보험료, 기초생활 수급자 선정 등 약 60가지 항목과 연관돼 있다. 공시가격을 올리면 각종 세금과 공과금 부담이 덩달아 커진다. 공시가격의 큰 폭 상승은 국민 저항이 클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가 여기 있다.

적정한 공시비율 등에 대한 연구도 부족하다. 80% 공시비율을 바꾸려면 이 비율이 지나치게 낮다는 객관적인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아직 그런 연구가 없는 상황이다.

이런 점 때문에 정부는 공시가격 현실화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추후 검토 과제로 미루기로 했다.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공시가격 산정 방식 개선은 관련 부처들과 심도 깊은 논의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임대소득·금융소득 과세 강화 방안도 내년 세법 개정안에 포함할 수도=특위 위원들은 보유세뿐 아니라 임대소득과 금융소득 등 재산 관련 세제 전반의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들 세제도 과세가 약한 편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전세보증금의 경우 3주택 이상 소유자에 대해 보증금 합계액이 3억원을 넘는 경우에만 세금을 걷고 있다. 월세 소득의 경우 60%인 필요경비율과 400만원 기본공제 등으로 세 부담을 지나치게 낮추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금융소득에서는 낮은 세율의 분리과세 방식에서 종합과세 방식으로 전면 개편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특위 조세소위원회는 지난 14일 회의에서 임대소득과 금융소득 과세 강화 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회의에서 결론이 나지 않아 토론회 전까지 추가 논의를 하기로 했다. 특위는 일단 이들 세제 개편안도 내년 세법 개정안에 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논의 시간이 짧아 상황은 유동적이다.

특위는 다음주 공청회에서 시민 의견을 수렴한 뒤 28일께 보유세 개편 등에 대한 단일안을 만들 계획이다. 이후 정부가 추가 검토해 세법 개정안을 만든다. 세법 개정안이 올 하반기 국회에서 통과될 경우 당장 내년부터 바뀐 보유세가 국민들에게 적용된다.
/서민준기자 morand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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