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미 중인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1일(현지시간) 오후 1시께 워싱턴DC 백악관을 방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했다. 5월30일부터 이틀에 걸쳐 진행됐던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의 ‘뉴욕 담판’이 마무리되면서 김 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미국 심장부를 찾은 것이다. 북한 고위인사가 미국의 수도를 찾은 것은 지난 2000년 조명록 당시 북한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 이후 18년 만이다. 김 부위원장은 백악관 앞에 도착한 후 존 켈리 비서실장의 영접을 받았다. 또 김 부위원장의 백악관 방문 일정에는 앤드루 김 중앙정보국(CIA) 코리아 임무센터장, 마크 램버트 국무부 한국과장 등도 동행했다.
김 위원장의 친서와 김 부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한 발언에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안전보장(CVIG)’ 요청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체제 보장과 함께 제재 해제를 통한 경협 지원 관련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은 비핵화 의지를 재차 천명하면서도 단계적으로 진행하겠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서에 담긴 김 위원장의 메시지에 따라 6·12 북미 정상회담의 전망과 향배 또한 좌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친서는 그야말로 북미 회담을 위한 화룡점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이번 친서가 북미 회담 완결판으로 곧바로 이어지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앞으로 여러 차례 추가 정상회담이 필요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데서도 알 수 있듯이 여러 장애물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의 친서에 담긴 비핵화 의지가 트럼프 대통령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한다면 언제든지 ‘디테일의 악마’가 튀어나올 수 있다.
김 위원장의 친서가 백악관에 전해질 것이라는 관측은 이미 지난달 24일부터 나왔던 부분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시 김 위원장에게 정상회담 취소 결정을 담아 보냈던 편지 말미에 “이 중요한 회담에 대한 당신의 생각이 바뀐다면 내게 전화를 걸거나 편지를 쓰는 것을 주저하지 말라”는 문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편지가 공개된 바로 다음 날 북한이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 담화문 형식의 답변을 내놓기는 했지만 같은 격인 김 위원장 명의의 편지가 나와야만 외교 관례에 맞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사태 해결을 위해서는 대미 특사와 김 위원장의 친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었다.
또한 김 부위원장의 이번 미국 방문이 18년 전 조 제1부위원장의 방미를 연상케 한다는 점도 김 위원장의 친서 존재 가능성을 키웠다. 조 제1부위원장은 당시 군복을 입고 백악관을 방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친서를 빌 클린턴 대통령에게 전달했었다.
이런 관측 속에 김 위원장의 친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언급하면서 존재 사실이 알려졌다.
한편 김 위원장은 김 부위원장 편에 미국으로 친서를 보내 놓고 5월31일 평양에서 러시아 외무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다시 한번 비핵화 의지를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조선반도 비핵화에 대한 우리의 의지는 변함없고 일관하며 확고하다”면서 “조미(북미)관계와 조선반도 비핵화를 새로운 시대, 새로운 정세하에서 새로운 방법으로 각자의 이해에 충만되는 해법을 찾아 단계적으로 풀어나가며 효율적이고 건설적인 대화와 협상으로 문제 해결이 진척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러시아 외무장관과 마주 앉아 한 말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백악관을 향한 발언인 것으로 풀이된다./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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