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사법농단’ 셀프 부실조사 논란이 수백 건에 이르는 법원행정처 미공개 문서파일 공개 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사법부가 공개하지 않은 문건 가운데 법원행정처 업무보다 국가정보원 수준에나 어울릴 만한 파일명이 상당수여서 새로운 파문을 일으킬 뇌관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특별조사단은 일단 오는 6월11일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이를 열람하게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법부 신뢰가 땅에 떨어진 상황이라 ‘전면 공개’를 요구하는 압박은 점점 거세지고 있다.
29일 법조계에서는 지난 25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이 밝힌 미공개 문서 목록을 두고 왜 이를 전면 공개하지 않았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특히 이 목록에는 ‘세월호 사건 법원 및 재판부 배당 방안’ ‘조선일보 첩보보고’ ‘한명숙 판결 이후 대응전략’ ‘하야 가능성 검토’ 등 사법행정권 남용이나 재판개입이 의심되는 파일이 많아 논란은 더 증폭됐다.
앞서 특조단은 법원행정처 컴퓨터에서 발견해 추린 410개의 파일 가운데 180여개 문건만 극히 일부를 공개했다. 하지만 일선 판사들까지 가세해 파일 전체 원문을 제공하라는 요구가 커지자 다음달 11일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이를 열람할 수 있도록 했다.
문제는 이 역시 ‘공개’가 아니라 법관만 대상으로 한 ‘열람’이라는 점이다. 사생활 관련 문서나 감사로 취득된 문서 등도 제외될 수 있다. 특조단장인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은 이날 “사생활 비밀 보호 의무 때문에 사법행정권을 남용하지 않은 파일을 함부로 공개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미공개 문건을 국민에게 공개하지 않으면 행정정보 공개청구 등을 진행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이날 양승태 전 대법원장 추가 조사 여부를 묻는 취재진에게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답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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