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국방 전략 수립을 주도해온 엘브리지 콜비 국방부 정책차관이 대북 억제 및 국방비 지출과 관련해 한국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관련된 논의가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트럼프 정부의 북핵 용인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6일 외교계에 따르면 콜비 차관은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X(옛 트위터)에서 같은 날 이뤄진 한미 국방장관 통화를 평가하며 “강력한 대북 억제에서 더 주도적인 역할을 기꺼이 맡는다는 점, 또 국방 지출 면에서 한국은 항상 롤모델”이라고 썼다. 콜비 차관은 “한미는 지역 안보 환경에 대응해 동맹을 현대화해야 한다”며 “공동의 위협을 방어할, 전략적으로 지속 가능한 동맹을 만들기 위해 한국과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국방부 전략 및 전력 개발 담당 부차관보를 지낸 그는 2기 행정부에서 국방부 차관으로 임명돼 늦어도 다음 달까지 공개될 ‘2025 국방전략(NDS)’ 수립을 주도하고 있다. 새 NDS의 골자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중국 억제, 전 세계 동맹 및 파트너 국가들의 비용 분담 증가 등으로 예상된다.
한미 정상회담을 앞둔 이재명 정부에 대해 미국이 새로운 ‘공동의 위협’인 중국을 견제하는 데 집중할 수 있도록 한국이 대북 억제에서 더 큰 역할을 맡고 국방비도 더 지출해야 한다는 의미를 전했다는 해석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에도 국내총생산(GDP) 5% 수준의 국방 지출을 요구해 이미 동의를 얻은 바 있다. 한국의 경우 대만 유사시에 대비해 주한미군의 역할과 활동 반경을 확대하는 ‘전략적 유연성’도 제안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인태 지역 최우선 과제가 중국으로 쏠리면서 북한 비핵화는 상대적으로 트럼프 정부의 관심사에서 멀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국무부 군축·국제안보 차관을 맡았던 로버트 조지프 전 차관은 5일(현지 시간) 공개된 워싱턴타임스재단의 온라인 세미나에서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을 중단할 의향은 없는 만큼 미국이 (비핵화를 포기하는 식으로) 굴복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존 델러리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도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비핵화 진전보다는 북한의 대러시아 파병 중단 및 핵무기 동결을 실질적 목표로 삼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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