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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실적주의가 리더와 부하 모두를 망친다

FORTUNE’s Expert/ 신제구의 리더십 레슨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8년 6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조직이 단기 실적만을 추구하면 오래지 않아 구성원들이 피로감에 지치기 십상이다. 이는 리더는 물론이고 부하직원들에게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조직이 단기실적주의를 내세워 구성원을 압박하면 리더와 부하직원 모두를 무책임하고 태만한 상태로 몰고갈 위험성이 높다.




조직에서 리더는 언제나 강자이고 부하는 언제나 약자일까? 어쩌면 리더는 강자 같은 약자가 되었고 부하는 약자 같은 강자가 되었다.

용기 없이 착하기만 한 리더가 늘고 있다. 해준 것도 없고 해줄 것도 없는 복잡한 조직 상황에서 염치없이 큰소리칠 수 있는 리더는 없다. 비전 제시는 고사하고 작은 의사결정 하나도 속 시원하게 내리기를 꺼려한다. 잘못될 경우에 책임질 일이 먼저 걱정되기 때문이다.

요즘 리더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이처럼 나약해진 리더의 속사정을 꿰뚫고 있는 부하직원은 당황스럽다. 몇 년 후에 자신의 모습이 지금의 리더의 모습이라면 지금의 조직생활이 행복할 리 없다. 그런데 문제는 무책임하고 몸만 사리는 리더를 관찰하다 보면 은연중 닮게 되고 닮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모방하게 된다는 점이다. 자신이 해야 할 책임을 다하지 않는 리더를 닮은 부하직원 또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태만해진다. 리더가 움직이지 않는데 부하직원이 움직일 이유가 없다.

부하직원의 태만은 다양하게 표현된다. 태만이란 ‘열심히 하려는 마음이 없고 게으름’이라고 사전은 정의하고 있다. 즉 태만은 고용된 직원이 마땅히 수행해야 할 의무와 규범에 위배되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어쩌면 태만은 자신의 리더와 조직으로부터 학습된 못된 행위인 동시에 자신의 심리적 만족감을 채워주지 못하는 리더와 조직에 대한 일련의 저항이다.

결국 책임감 없는 리더는 정상적인 부하직원을 태만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저항의 대상으로 전락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더욱이 저항의 방법을 교활하게 전개하는 부하를 만난다면 책임감 없는 리더는 그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한다.

더욱이 무책임한 리더를 가련하게 생각하기보다는 오히려 자신의 리더를 조롱하며 교활한 태만을 서슴지 않는 경우도 있다. 해야 할 일을 게을리하거나 조직 내 불필요한 가십과 소문을 퍼뜨리며 파벌을 형성하여 동조자와 함께 자신의 리더를 곤경에 처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런데 리더가 힘은 없어도 눈치는 있다. 얄미운 부하직원의 교활한 태만을 직감해도 달리 대안이 없다. 그냥 먼저 포기하기도 한다. 부하직원의 교활한 태만마저 회피해버린 리더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지속적인 저항에 시달려야 한다.

반면 무책임한 리더가 자신을 거칠게 다루지 못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는 얄미운 부하직원은 자신의 태만을 침묵과 외면으로 포장하여 리더의 공식적인 지시와 당부를 따르지 않는다. 겉으로는 힘겨운 직장생활에 대한 불만과 함께 조직의 부족한 지원, 무책임한 리더의 빈약한 비전을 탓하면서 내심 안락하고 교활한 태만을 즐긴다. 이미 나빠진 것이다. 물론 일부 조직에 해당하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리더의 책임 회피 경향과 직원들의 태만의 수준이 결코 과거에 비해 낮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책임한 리더와 태만한 직원을 유발한 원인은 어디에 있는 걸까? 그 해답은 목표만 강조하고 리더의 리더십을 지원해주지 못한 조직의 단기실적주의 때문이다. 물론 어느 조직이나 목표가 있다. 목표에 대한 책임은 리더에게 있다. 조직은 목표 달성의 숫자로 리더를 판단할 뿐 그 외 과정의 속사정에는 관심이 없다. 조직은 모든 것은 리더의 능력에 달려 있다고 우긴다. 그래서 리더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목표를 달성하려 목숨을 걸기도 하고 실패가 두려운 나머지 아무것도 하지 않는 무책임한 리더로 변질되곤 한다.



조직의 현실이 이렇다면 경영자는 무책임한 리더와 태만한 직원을 모두 해고해야 하는 걸까? 물론 말도 안 되는 주장이다. 조직 차원에서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몇 가지 노력을 해야 한다. 적어도 현재의 실적 중심 경영을 갑자기 중단할 수 없다면 다른 대안을 동시에 시도해야 한다. 특히 리더십 관점에서 단기실적주의가 초래한 불편한 약점들을 어느 정도 완화시킬 수 있는 몇 가지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정밀한 리더십 진단’.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현재 조직의 리더십을 정밀하게 진단하는 것이다. 실적주의를 아무리 강조해도 리더들이 365일 실적만 챙길 수는 없다. 당연히 지치기 마련이고 지친 리더가 할 수 있는 선택은 무책임한 회피와 침묵뿐이다. 조직은 장기적인 실적을 원하지만 임원들은 단기적인 실적만을 원할지 모른다. 단기 실적만을 강조하면 리더들의 집중력도 단기적으로 끝난다. 리더가 장기적으로 버틸 수 있는 동력을 제공하려면 현재의 상태를 진단해야 한다. 아픈 곳을 알아야 처방도 가능하다. 만약 진단도 처방도 필요하지 않고 오로지 실적만을 요구한다면 말기 암에 걸린 사람의 운명처럼 조직은 언젠가 돌이킬 없는 후폭풍을 치러야 한다. 따라서 외부 전문가 혹은 내부의 전담 팀을 구성하여 현재 리더들의 상태와 직원들의 의식에 관한 정밀한 진단을 해야 한다. 특히 조직의 핵심가치가 리더들에게 어느 정도 공유되어 있고 어떻게 재무장시킬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둘째, ‘지속적인 리더십 교육’. 지난 2010년 천문학적인 부채를 안고 몰락하던 일본 JAL 항공을 1,155일 만에 기적적으로 회생시켰던 이나모리 회장이 가장 먼저 했던 일은 바로 100여명의 리더들과 3만여명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리더십과 책임의식에 대한 교육을 시킨 것이다. 또한 GE를 초우량 기업으로 성장시켰던 잭 웰치 회장도 가장 먼저 실행한 일이 바로 리더십 교육이고 리더십 교육을 시켰던 그 연수원 이름도 지금은 잭 웰치 리더십 센터라고 한다. 돈이 많아서 리더십 교육을 시킨 것이 아니라 돈을 많이 벌기 위해 리더십 교육을 시킨 것이다. 세계적인 경영자인 이나모리 회장과 잭 웰치 회장의 공통점은 하나다. 적어도 정신 나간 리더는 조직을 지킬 수 없다는 원초적인 확신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조직의 저(低)성과는 능력 없는 사람 때문이 아니라 능력 있는 사람이 능력을 발휘하지 않기 때문임을 이들은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책임지라고 리더의 자리를 주었는데 책임을 지지 않는 리더, 리더의 부족한 점을 보완해야 할 부하직원이 먼저 교활한 태만을 일삼는다면 그 조직의 미래는 뻔한 것이다.

셋째, ‘정기적인 소통의 장 마련’. 이젠 리더와 부하직원 중 누가 먼저 잘못을 했는가를 따질 여유가 없다. 조직이 먼저 서로 섭섭해하는 리더와 부하직원이 화해하고 신뢰를 회복하거나 유지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제공해야 한다. 부자와 졸부는 돈을 버는 방법의 품위의 차이로 구분한다. 좋은 조직과 나쁜 조직의 차이는 직원을 대하는 품위로 구분할 수 있다. 존중 받는 직원들이 성과도 잘 낸다는 증거는 이미 많은 글로벌 기업들의 사례를 통해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결국 조직의 결단이 중요한 것이다. 흔한 말로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고 했다. 하루 이틀 할 장사가 아니라면 경영진과 리더, 그리고 직원이 함께 한 버스를 타고 이동해야 한다. 누구는 고급 승용차를 타고 앞서가고 누구는 버스를 타고 승용차를 뒤따르고 누구는 이미 가버린 승용차와 버스의 먼지만 뒤에서 바라보면서 이리 뛰고 저리 뛴다면 그 조직의 집중력은 어디에도 없는 것이다.

우리는 실적이 생존을 결정하는 시절에 살고 있다. 실적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데 실적에는 단기 실적과 장기 실적이 있다. 단기 실적은 은행에서 급전을 빌리는 것과 같다. 당연히 이자가 높다. 그만큼 치러야 할 대가와 희생이 크다는 뜻이다. 즉 단기실적주의가 무책임한 리더와 태만한 직원을 양산한다면 그 대가와 희생은 조직의 몫이 된다. 세상이 복잡해질수록 정신 없이 살면 정신부터 나간다. 리더가 책임감 있는 의욕을 회복하고 부하직원이 리더에 대한 존경심을 회복해야만 조직의 진정한 성과도 보장된다.



▶신제구 교수는… ◀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로 재직하며 주요 기업 등에서 리더십, 팀워크, 조직관리 등에 대해 강연을 하고 있다. 이외에도 한국교육컨설팅코칭학회 회장, 대한리더십학회 상임이사, 한국인력개발학회 상임이사 등을 맡고 있으며, IGM세계경영연구원 상무, 크레듀 HR연구소장, KB국민은행 연수원 HRD컨설팅 팀장,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등을 역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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