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때문에 이 부회장이 유럽·캐나다 출장에서 돌아온 지 한 달도 채 안 돼 최고경영진을 이끌고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중국 선전으로 향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전형적인 실용주의 성격의 출장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중국 정보기술(IT) 산업의 ‘기술 굴기’가 속도를 내는 가운데 이 부회장이 중국 산업 혁신의 대표적 현장인 선전을 직접 둘러보고 분위기를 익혀보려는 목적도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 中 선전 출장에 반도체 경영진 이례적 대동=2일 이 부회장의 중국 선전 출장에 동행한 최고경영진은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부품 사업을 총괄하는 김기남 사장을 비롯해 진교영(메모리사업부장)·강인엽(시스템LSI사업부장)·이동훈(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이다. 삼성전자 연간 영업이익의 75%(2017년 기준)를 차지하는 핵심 사업을 이끄는 수장들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이번 출장에서 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를 비롯한 중국 글로벌 기업들과 비즈니스 미팅을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2016년 BYD가 실시한 유상증자에 참여해 약 5,100억원을 투자, 지분 2%가량을 보유한 협력 관계에 있는 주주다. 이번 출장에서 이 부회장이 왕촨푸 BYD 최고경영자(CEO)와 직접 만날 가능성도 있다.
전자업계에서는 이 부회장과 부품 사업 최고경영진의 이번 방문을 계기로 BYD와 차량용 반도체 공급 관련 추가 계약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아울러 전기차·자율주행차 등 미래 자동차 사업을 놓고 BYD와의 협력이 더욱 구체화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삼성전자는 2016년 BYD 출자 당시 “전장 부품 공급을 확대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고사양 차량용 반도체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미 메모리 반도체를 BYD에 공급하고 있고 향후 BYD의 자율주행차 사업 강화에 따라 이미지 센서 등 비메모리 분야에서도 협력 기회가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역시 글로벌 완성차 업체를 상대로 인포테인먼트 등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공급을 추진하고 있다.
재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부품 사업 CEO와 함께 직접 해외 현장을 찾은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단순 사업점검 차원이 아닌 전장 사업 등 미래 먹거리와 관련한 중요한 의사결정을 확정하기 위한 목적의 출장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방문지가 중국 4차 산업혁명의 심장부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며 “신성장동력 발굴은 물론 이미 삼성을 턱밑까지 추격한 중국을 보고자 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혁신 기업들과 중장기 협력 모색 관측도=이 부회장이 향한 선전은 중국판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곳이다. BYD뿐 아니라 세계 1위 드론 업체 DJI를 비롯해 폭스콘·텐센트·화웨이 등 중국의 간판 IT 업체 본사가 선전에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판매 법인이 선전에 있다.
이런 세계적인 기업 출신의 혁신가들이 나와 창의적인 스타트업을 세우며 선전만의 고유한 스타트업 생태계가 구축되고 있다. 2016년 선전에서만 4,000여개의 스타트업이 생겨났다.
이 부회장 일행은 이곳에서 수일간 머무르며 현지 혁신 기업들과의 중장기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관측된다. 선전에 기반을 두고 있는 IT 기업을 중심으로 폭발적인 반도체 수요 증가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중국 혁신 기업들 입장에서는 삼성전자의 고성능 반도체에 대한 니즈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면서 “이 부회장이 반도체 사업 CEO들을 이끌고 선전을 찾은 것은 이런 요구에 부응하는 차원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측면에서 이 부회장이 3일 선전컨벤션센터에서 개막하는 중국 소비자가전 전시회 ‘CE차이나 2018’을 참관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여기에는 하이얼·메이디 등 중국 가전업체 100여개 업체가 참가한다. 선전 현지에 있는 100여개 스타트업도 참가한다.
/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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